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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일 대만 무력시위 수위 높이는 中... 미사일에 스텔스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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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본토까지 8분 안에 접근 가능
"대만 내 反中정서만 심화" 지적도
한국일보

차이잉원(왼쪽 두 번째) 대만 총통이 26일 가오슝의 공군기지를 방문해 전투기 제트엔진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가오슝=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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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차관의 대만 방문을 기점으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 수위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미사일 발사 훈련에 이어 급기야 무력시위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까지 등장했다. 미ㆍ대만이 강하게 밀착할수록 중국은 직접적 대응 수단인 군사행동으로 맞서고 있어 ‘양안 관계’ 해법 도출이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대만 언론들을 인용, 인민해방군의 젠-20 스텔스 전투기가 대만에서 500㎞ 떨어진 중국 동부 저장성 취저우시 인근에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젠-20이 도시 근처를 낮게 비행하는 장면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공개됐는데, 근처 공군 기지에 착륙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훈련 등을 위해 취저우에 전진 배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젠-20의 등장은 대만에 차원이 다른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취저우에서 대만 작전 지역까지 이동 시간은 7~8분에 불과하다. 15~20분이면 수도 타이베이 상공에도 도달할 수 있다. 젠-20은 중국이 미국의 F-22와 F-35 등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에 대항해 개발한 최신예 전투기다. 공중급유를 통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며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에 스텔스 기능까지 갖춰 중국 내에선 5세대 전투기로 불린다.

중국 내 군사 전문가들은 젠-20이 눈에 잘 띄는 낮에 훈련한 점에 주목한다.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미국과 대만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젠-20은 대만이 보유한 모든 전투기를 압도한다”며 “대만 작전에 투입하면 공중에서 중국군에 일방적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1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재선 성공 이후 미ㆍ대만이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중국의 무력 경고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크라크 차관이 대만을 찾은 17일 이후 중국은 전투기와 폭격기 수십 대를 매일같이 중간선 너머로 보내고 있다. 24일 중국군은 대만 인근지역을 관할하는 동부전구 로켓군 미사일여단의 훈련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대만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사거리 700㎞의 둥펑(東風ㆍDF)-11A 미사일 10발을 동시에 발사, 목표물을 파괴하는 모습이 담겼다.

대만도 눈 뜨고 지켜보지는 않았다. 대만군은 22일 육해공 연합방공훈련인 ‘롄샹 훈련’을 실시했고, 24일에는 동부지역에서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맞대응했다. 군사력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F-16V 66대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해상감시용 무인항공기와 잠수함용 어뢰 등 1년간 12조원이 넘는 첨단 무기 계약을 미국과 체결했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양안 관계가 중국이 금과옥조로 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되레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 내 반중 정서만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정책기관인 대만싱크탱크가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스스로 중국인으로 여긴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2.0%에 그쳤다. 이와 반대로 국제기구 참여 등 대외 활동에서 대만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80.5%에 달했다. 둥쓰지(董思齊) 대만싱크탱크 집행장은 “여러 차례 민주적 선거가 치러지면서 대만이 국가라는 인식은 굳어진 반면, 중국의 계속된 무력 위협으로 중국을 인정하는 비율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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