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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통령 지금은 어디 계시나”…야당 ‘문 대통령 10시간’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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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6시36분 대통령 첫 보고 뒤

공식 언급까지 이틀 행적 논란 계속

국민의힘 “분·초 단위 일정 밝혀야”

청와대 분수대 앞 릴레이 1인 시위

중앙일보

북한군이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을 사살 한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27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이 시위에 나선 주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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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간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조한 문구다. 8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시위엔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성원 의원을 시작으로 곽상도·전주혜·배현진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순으로 참가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기본임에도 대통령께서는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라며 “우리 국민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데 대해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특히 이번 대응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부재와 침묵’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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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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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살 첩보 입수 전 4시간 동안 뭐 했나=쟁점으로 떠오른 건 문 대통령이 첫 보고(22일 오후 6시36분)를 받은 뒤 정식 보고(23일 오전 8시30분)를 받을 때까지 뭘 했는지다. 이씨가 대통령 서면보고 이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청와대 대응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어서다.

먼저 야당은 이씨가 사살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기 직전 4시간 동안 청와대의 대응을 문제 삼고 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후 6시36분 서면보고를 받았다. ‘이씨가 실종됐으며 북측이 해상에서 이씨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이로부터 3시간가량 지난 22일 오후 9시40분쯤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했다. 이씨가 사살됐다는 첩보가 청와대에 들어온 건 이로부터 50분가량 지난 이날 오후 10시30분쯤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발견된 사실을 보고받고 총살될 때까지 3시간 동안 대통령은 뭘 지시했나. 국민 보호에 발 벗고 나서지 않는 게 무슨 나라냐”고 했다. 청와대에선 “정부와 군은 상황파악을 위해 정보 채널을 풀 가동하고 있었다”는 정도의 반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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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혜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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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피격 첩보 이후 ‘대통령의 10시간’=22일 오후 10시30분 피격 첩보 입수 후 ‘문 대통령의 10시간’도 논란의 한 축이다. 첩보 이후 2시간30분이 지난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는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장관급만 5명이 참석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 회의에서 정부는 이씨의 사망을 잠정 결론 내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회의 종료 6시간이 지난 아침 8시30분에야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고, 심지어 회의가 열린 줄도 몰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국회 외통위에서 “새벽이라 회의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가 들어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국민이 북한군의 총에 죽었다는 내용이 하룻밤 기다린 뒤에 보고해야 할 일이냐”(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최초 보고(22일 오후 6시36분)를 받고 공식 메시지(24일 오후 5시15분)를 내기까지의 47시간에 대해 “분·초 단위로 일정을 밝히라”(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고 압박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의 24시간은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재’라는 건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이씨가 사살당했다는 첩보는 문 대통령에게 곧바로 보고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세부 일정 공개 요구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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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격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2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③친서 주고받는데 구조요청 왜 못 했나=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4일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 파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남북 간 핫라인이 단절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최근에 오간 정상 간 친서를 공개하면서 “친서는 주고받으면서 왜 인명구조에는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의 친서를 보면 당시 북한과의 소통창구가 있었다. 연락수단이 없어 북측에 알리지 못했다는 정부의 국회 보고는 거짓말”이라며 “국민 생명을 구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수단을 전혀 쓰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④북 통지문에 계몽군주 vs 적반하장=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발언이 소개된 북한의 25일 통지문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반응을 두고 야당은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권에선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밝힌 건 매우 이례적”(이인영 통일부 장관),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를 느낀다”(이낙연 민주당 대표), “(김 위원장이) 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27일 “(북한의) 종이 쪼가리 사과에 감읍하며 국민 생명을 종이 쪼가리 한 장보다 가볍게 여기고 있다. 국민 자존심은 휴지 조각처럼 구겨지고 있다”(김기현 의원), “공개 석상에서 항의 한 번 안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습게 보인 것으로, 사람을 죽여놓고도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김근식 당협위원장)이란 비판이 나왔다.

강태화·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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