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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건강한 가족] 오래 편하게 쓰는 인공관절 … 로봇 수술로 ‘오차 제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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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CT로 무릎 상태 파악

정교한 수술 계획 수립 가능

정확도 향상, 부작용 최소화



병원 탐방 힘찬병원



중앙일보

부평힘찬병원 왕배건 원장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조직 손상이 적고 다리 정렬·균형을 정교하게 맞출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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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마지막 보루지만 뼈를 깎고 다듬는 과정에 출혈·통증과 같은 수술 후유증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약물·주사로 버티다 활동량이 줄어 노년 건강이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인공관절 분야에 최소침습 수술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전국 8개 분원을 갖춘 힘찬병원은 첨단 장비를 통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수술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목동·부평 등 두 곳에 총 3대의 ‘마코(Mako)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하 마코 로봇 수술)을 도입하며 퇴행성 관절염의 최소침습 치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 업그레이드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무릎 연골과 뼈를 제거하고, 여기에 새로운 관절을 이식하는 과정이다. 칼·톱과 같은 장비로 피부를 째고 뼈를 다듬은 뒤 다리의 축과 균형을 고려해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 병원장은 “고관절에서 발목에 이르는 다리의 정렬 축에 맞춰 인공관절을 정확히 넣어야 체중이 고루 분산돼 인공관절을 오래, 편하게 쓸 수 있다”며 “기존 수술법으로는 이를 위해 골수강(뼈의 내부 공간)에 30~50㎝ 길이의 ‘IM Rod’라는 정렬 가이드를 박아 위치·각도를 잡고 절삭유도장치를 연결해 이동해 가며 뼈를 깎아낸다”고 설명했다. 인공관절 수술에서 통증·부기·출혈 등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다.

힘찬병원의 마코 로봇 수술은 이런 ‘치료 공식’을 바꾼다. 우선 진단부터 차별화된다. 수술 전 컴퓨터 프로그램이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토대로 뼈 모양과 관절 크기, 다리 정렬 상태 등 환자의 무릎 상태를 분석하고 절삭 범위·각도·두께를 정교하게 계산한다. 이어 수술방에서 의사가 CT 영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인대·근육 상태를 직접 체크하며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서 병원장은 “이른바 ‘크로스 체크’가 가능해 의료진의 숙련도나 컨디션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술에서는 로봇팔을 사용한다. 사전에 입력한 수술 계획에 맞춰 의사가 로봇팔을 잡고 관절면을 과일 껍질을 깎듯 정교하게 다듬는다. 계획된 범위를 벗어나면 로봇팔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도록 설계돼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뼈 바깥쪽에 부착한 ‘송수신기(안테나)’가 다리 정렬 축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정렬 가이드 등 별도의 기구를 삽입할 필요도 없다. 부평힘찬병원 왕배건 원장은 “교과서적으로 일반 인공관절 수술의 절삭 오차는 2㎜ 정도지만 마코 로봇 수술은 0.5㎜ 이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코 로봇 수술은 여러 면에서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능가한다. 첫째, 안전성이 높다. 마코 로봇은 정해진 범위만 치료하는 데다 인간과 달리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거나 손 떨림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 근육·신경·혈관 등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서동현 병원장은 “마코 로봇 수술 시 수혈량은 일반 수술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며 “면역거부 반응이나 감염 등 수혈로 인한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혈량 일반 수술의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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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신체 부담이 준다. 뼈·근육을 많이 보존할수록 통증·부기 등 후유증의 위험은 줄어든다. 실제 영국 정형외과학회지(2018)에 실린 연구결과, 마코 로봇 수술은 하체 기능을 회복하기까지의 기간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보다 11시간 짧았고 퇴원 시간도 28시간 앞당긴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적용 대상이 넓다. 체력이 약한 고령층이나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 관절이 강직·변형돼 정렬 가이드를 삽입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마코 로봇 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서 병원장은 “외상으로 뼈가 틀어졌거나 골절로 인해 금속 플레이트·나사를 박은 환자도 로봇을 활용하면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왕배건 원장은 “마코 로봇은 관절의 ‘정렬’과 ‘간격’ 모두를 정확히 계산해 인공관절의 수명이 길어 재수술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덧붙였다.

힘찬병원의 로봇 수술 적응·발전 속도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첨단 장비와 의료진이 만드는 ‘합작품’이다. 마코 로봇 수술을 개발한 한국스트라이커 심현우 대표는 “의료진의 판단과 경험이 바탕이 돼야 로봇 수술의 오차는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며 “힘찬병원을 비롯해 한국의 의료진은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만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선도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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