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시신 안태웠다” 北해명에… 수색함정 39척·항공기 6대 투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수부 공무원 北피격] 北에 장단 맞추듯 수색인력 2배로

조선일보

북한군에게 살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27일 수색하는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27일 북한군에게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기 위해 함정 39척과 항공기 6대를 투입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4일 오전 북한군이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실을 군이 공개한 이후에야 수색 작업을 멈췄다. 그러다 6시간 뒤인 그날 오후엔 시신을 찾겠다며 수색에 나섰다. 이후 투입 장비 등의 규모가 2배로 늘었다. 실종된 A씨를 찾을 때보다 숨진 A씨를 수색하는 데 더욱 신경을 쓰는 듯한 인상이다. 정부에서는 “A씨가 살아있을 때 더욱 수색에 신경을 써야 했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북한이 지난 25일 사과 통지문을 보낸 이후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에 대한 책임 추궁에 나서지 않는 것과 맞물려 오히려 야당에선 북한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부가 A씨 시신 수색에 투입한 함정은 고속정 등 해군 함정 16척, 해경 함정 13척, 지자체의 어업지도선 10척 등 총 39척이다. 전날(26일)에는 해군과 해경 함정 등 36척을 동원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색 작전 규모를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A씨가 지난 21일 실종됐을 당시 함정 20척, 항공기 2대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던 것과 비교할 때 A씨 피살 후 더욱 대대적인 수색 작전에 나서는 양상이다.

조선일보

연평도 일대 정찰중인 해병대 - 북한군이 서해에서 표류하던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를 총살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군 해병대원들이 27일 오전 A씨 시신을 찾기 위해 서해 소연평도 일대 해상을 정찰하고 있다. 멀리 북측 등산곶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은 지난 24일 첩보 수집 등을 통해 북한군이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40분 동안 불태운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시신이 재 가루가 돼 바다에 흩어졌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시신을 찾겠다고 바다를 헤집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부유물 위에 있던 A씨가 사라졌다고 주장하자, 이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시신을 태우지 않았다는 일방적 주장에 따라 요란하게 뒷북을 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북한이 지난 25일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낸 이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뿐 북측이 A씨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일절 추궁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긴급 안보 장관 회의를 열었지만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만 했다. 청와대는 “조속한 진상 규명” “열린 자세”라는 말만 언급했을 뿐 우리 국민을 사살·소각한 북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한 줄도 내지 않았다.

정부에서도 북한 통전부가 통지문을 보낸 이후 북측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통지문을 받은 직후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A씨 사살 관련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북한 통지문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반영한 희망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정원 보고 내용이 우리 군이 감시 자산을 통해 입수한 첩보보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기울어진 느낌이란 것이다.

국방부는 시신 소각 등 자신들이 공표한 첩보 핵심 내용을 북측이 일방적으로 부인했지만, 사흘째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군 당국은 “우리 측 정보와 북측 주장이 다른 건 추가 확인하고 있다”고만 했다. 군 내부에선 자신들의 정보 수집·판단 능력을 북한이 부정했음에도 정치적 상황을 의식해 적극 반박하지 못하고 자기모순에 빠져버렸다는 자조가 나왔다.

실제 군 내부에선 북측 주장보다 자신들이 확보한 첩보가 사실에 가깝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공개하면서 첩보 출처는 함구했다. 그러나 북한군 통신만 감청과 신호 분석, 일부 영상 정보를 종합해 북한군이 A씨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북측이 A씨 사살 후 시신에 기름을 붓고 태우는 모습이 40분간 관측됐다”거나 “북한군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6시간 동안 북한 선박이 A씨를 붙잡아뒀다”는 등 구체적인 정보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반면 북한은 A씨 사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군 관계자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했던 군의 이후 대응을 보면 정치적 상황을 의식한다는 의구심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양승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