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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조사 요청한 靑...후속 조치서도 뒷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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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소극 대응기조에 군 당국도 우왕좌왕...사흘째 침묵만
한국일보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청와대 대브리핑 룸에서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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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7일 ‘서해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남ㆍ북 공동조사를 북측에 공식 요청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사건 전말을 조사 통보했다"며 사실상 공동 조사 필요성을 일축하고 난 뒤다. 해양수산부 직원 A씨(47)가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군 발표와 대통령 지시가 나온 데 이은 것으로 후속 조치마저도 뒷북 대응이란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북한과 대북 비판 여론 사이에서 청와대가 모호한 대응 기조를 이어가면서 국방부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남북공동 조사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남북 공동조사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북측에 요청키로 했다. 군사통신선은 북측이 앞선 6월 대북 전단 살포 등을 문제 삼아 단절한 상태다.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다”며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지 이틀이나 지나서 나온 대응인 탓이다. 북측이 통지문에서 밝힌 서해 피격 사건 전말은 우리 군과 정보당국이 밝힌 내용과 큰 차이를 보여 공동조사 필요성이 컸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공동조사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정작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25일 저녁 회의를 가진 뒤 "필요하면 공동조사를 요청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가 주저하는 동안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남북 공동조사’를 거듭 요구하는 등 당청간 엇박자를 내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이 대표는 북측 전통문이 공개된 직후 한 방송에 출연해 “(남북이) 시신의 수습, 사건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조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아직 (정부와) 상의하진 못했지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공동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의 모호한 대응 속에서도 군 당국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보도문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수색 중인 당국을 향해 “영해 침범”이라는 적반하장식 경고를 하는 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만행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던 군 당국은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나온 뒤 사흘째 침묵을 이어간 것이다. 여권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김 위원장 사과로 이번 사건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군이 청와대 눈치를 보며 궁색한 침묵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뒷북 요구에다 군 당국의 침묵까지 겹치면서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은 이날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에서 지난 2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사건 전말을 통보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되레 남측이 시신 수색 과정에서 북한의 영해를 침범했다는 적반하장식 주장까지 펼쳐 북한의 성의 있는 진상 규명 의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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