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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선도연구센터, 기초과학 뿌리 튼튼하게 만든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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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류준영 기자] [편집자주] 2020년은 우리나라 대학의 기초연구를 책임져온 ‘선도연구센터’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째 되는 해다. 지금은 100억 원대 대형 R&D(연구·개발) 프로젝트들이 많지만, 선도연구센터가 시작된 1990년 무렵 대학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한 선도연구센터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대학 내 기초연구를 지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지원사업으로 우주·바이오·소재·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경쟁력을 높이는 토대가 됐다. 선도연구센터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해봤다.

[선도연구센터 30년, 대학연구 미래를 깨우다-⑤]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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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사진=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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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진단기기에 대한 수출 요청이 쇄도하면서 ‘K-바이오’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를 뒷받침했던 건 장기간·안정적으로 이뤄진 기초연구 지원 사업이다. 이번에 해외 선진국 과학자들과 과학기술정책 담당자들로부터 그간 한국의 기초연구 수준이 너무 저평가됐다는 소리도 들었다.”

올해는 기초과학연구진흥법이 시행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1989년 이 법이 제정되면서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 투자가 본격화됐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우리나라 기초연구는 진흥법과 함께 3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성숙했으며, 특히 함께 시행된 선도연구센터사업은 우리나라 기초연구 발전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했다.

1970~80년대는 산업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던 시기로 대학의 연구기반 구축과 기초연구 지원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당시 정부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선 국가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 급선무라고 판단, 기초과학연구진흥법을 내놨다. 공동연구 그룹을 지원하는 우수연구센터육성사업(現 선도연구센터사업)은 이듬해인 1990년 시작됐다. 이후 30년 간 기초연구지원은 정책·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계속 확대돼 왔다. 지난 기초연구비 투자 규모를 보면 1990년 180억원이던 기초연구비가 6435억원(2009년), 1조200억원(2013년)으로 매년 늘더니 지난해를 기점으로 2조 원 시대를 맞았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도 한국판 특집호를 통해 기초연구비를 2배로 확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정 차관은 “기초연구는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론과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 활동으로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안정적·장기적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30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결과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며 “기초과학연구진흥법 30년의 성과가 노벨상이란 결실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세종시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진행한 정 차관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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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사진=과기정통부


선도연구센터사업에 대한 평가는.

▶국가 연구비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0년, 정부는 13개의 우수한 대학 연구 그룹을 선정해 연 10억원씩 9년간 기초연구비를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연구개발은 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주도했고, 대학은 충분한 연구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교수들이 원하는 수준의 장기적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선도연구센터 사업은 대학의 기초연구 역량을 견인했을 뿐 아니라 국내외 기초연구를 이끌어가는 영향력 있는 연구자들을 배출하는 등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초석이었다. 또 집단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점도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부에서 공동연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 자생하는 센터가 몇 안 된다.

▶정부가 지원해 역량이 커지면 대학이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키워줘야 하는 데 그 부분이 약하다. 정부 지원이 끊어졌더라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기업이 대학을 자기들의 파트너로 인지해야 한다. 이학(SRC)·공학(ERC)센터들도 기업과 협력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말라버린다. 국가 전체적으로 기업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연구 파트너로 활용하는 문화를,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초연구 정부지원책도 최근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RNA(리보핵산)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한 마이크로RNA 전문가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강의를 같은 대학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들도 듣는다고 들었다. 바이오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요즈음엔 프로그래밍 공부를 다한다. 바이오 연구에서 빅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이오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가 필수다. 학문 간 융합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 한다. 90년대는 ‘기초→응용→상용화’로 이어지는 선형적 관점에서 지원책을 만들었다. 지금은 기초가 곧바로 상용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바이오 분야가 특히 그렇다. 기존 선행이론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거나 융합하는 혁신이론모델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정부 지원책도 고도화하고 있다.

-내년 국가 R&D 27조원 시대 맞는다.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 하에서도 미래 준비를 위한 R&D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2021년도 R&D 예산을 올해 24.2조원 보다 12.3% 증액한 27.2조원으로 편성했다. 그 중에서도 정부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사업에 대한 안정적 지원 확대를 위해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약 3500억 원 가량 증가한 약 2조 3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체 27조에 비하면 그리 큰 비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기초연구 분야는 특히 전략적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효율성에 더 민감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신진·중견·리더로 나눠 기초연구를 지원해 왔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은 학문 영역별 지원 우선 순위를 정해 연구과제를 공고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지능형 반도체가 중요하면 그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도 고른 형평성보다 수월성을 강조한 투자로 과감하게 전환할 시점이다.

-10월 첫 주가 노벨상 발표 주간이다.

▶매년 노벨상 수상 경향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엔 기초연구 성과에 그치지 않고 산업화와 활용성 분야로 확대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또 어디까지나 노벨상은 사람이 결정한다. 이 때문에 국제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초연구자들이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 해외 연구자 중에서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협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피인용지수를 올려야 노벨상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세종=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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