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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이 미국 추월하는 시점, 코로나로 더 앞당겨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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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한ㆍ중 고위 언론인 포럼

25일 서울ㆍ베이징서 첫 화상 개최

중앙일보

제12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코로나 19로 인해 화상회의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과 방역 협력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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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3000만명의 확진자를 낳고 사망자는 100만명에 육박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향후 세계정세를 전망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언론인들이 25일 머리를 맞댔다. 이날 서울과 베이징에서 각각 화상으로 진행된 ‘제12차 한ㆍ중 고위 언론인 포럼’에서다.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ㆍ중 경제 협력과 방역 협력’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한ㆍ중 주요 언론사 간부 27명과 쉬린(徐麟)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양국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해 발언했다.

한국 측 단장을 맡은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겸 부사장은 “한·중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호흡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며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 중세를 끝내고 근대의 문을 열었듯 이번 팬데믹으로 인류가 반성을 통해 문명의 보편적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더블 딥’ 침체 우려



참석자들은 전대미문의 감염병 확산으로 전 세계가 유례없는 경기 침체와 생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게 됐다는데 공감했다.

오전 세션의 발제를 맡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이 같은 글로벌 패러다임의 변화를 탈동조화(decoupling)ㆍ탈세계화(deglobalization)ㆍ디지털화(digitalization)의 ‘3D’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넘어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미·중 갈등까지 확산하며 ‘더블 딥(이중침체ㆍ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중국 측 참석자들은 한ㆍ중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오히려 유통ㆍ의료ㆍ교육 분야 등에서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ㆍ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한국 측은 주로 미·중 갈등 사이에서 ‘낀 한국’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첸쉬어회(陈学慧) 경제일보사 국제부 주임은 “중국과 한국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거대하고 인터넷 기반과 물류체계도 완비하고 있다”며 “한국의 화장품과 중국의 기계ㆍ전자제품 등 중소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리증우이(李拯宇) 신화사 국제부 부주임은 “중국의 회복은 한국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화 국면이던 올해 6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동기 대비 9.5%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나 5G 관련 산업은 한국과 중국이 기술경쟁을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며 “협력한다면 어느 수준으로 가능할지 수위를 정하는 게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세계화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미국의 화웨이ㆍ반도체 제재 등은 기업 간 대리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기업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볼 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가 2030년 이후에서 2028년까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싱크탱크와 언론에서 나온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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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코로나 19로 인해 화상회의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과 방역 협력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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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규제 등 외국 기업에 여전히 배타적인 중국의 정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상석 SBS 보도본부장은 “사람과 물자 이동이 제한되더라도 문화 콘텐츠에는 국경이 없어 가능성이 큰 분야인데도, 여전히 한한령으로 교류가 주춤하다”고 밝혔다.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도 “두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가 경제 협력에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장안취안(蒋安全) 환구시보 부편집장은 “정부 주도의 한한령은 없다”며 “중국 내에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한국에 대한 정서가 변했고, 이게 소비에 반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정환 MBN 보도국장은 반면 “중국 지도자들은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조하지만, 정작 외국 기업 규제가 가장 심한 곳이 중국”이라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현재 외국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자국 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언비어 난무…언론 책임 중요”



중앙일보

제12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코로나 19로 인해 화상회의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과 방역 협력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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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서는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공세를 의식한 중국 측 참석자들의 발언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의 문화부 장관에 해당하는 쉬린 주임은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는 인류 공동의 적”이라며 “일부 국가는 책임을 전가하고 전염병 확산을 방치한 채 ‘정치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방위적인 ‘중국 때리기’에 나선 미국을 다분히 비판하는 논조였다.

오찬을 주관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하려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권하지 말라’는 중국 말을 알아야 한다”며 “‘영원히 (세계의) 패권을 잡지 않겠다’는 말은 전 세계에 대한 중국의 장엄한 약속”이라고 밝혔다. 쉬린 장관과 같은 맥락이면서도, 미국을 향해 “중국을 위협 요소로 여기지 말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사건 발생 초반 우한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의 유전자 데이터와 역학 정보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의 노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한국 쪽에서도 나왔다. 각국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자는 취지였다. 다만, 중국의 백신 개발 관련 정보 등 여전히 공유가 미진한 부분은 보완 사항으로 지적됐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은 “중국은 그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 등 신종 감염병 발생지로 병원체의 유전자 정보 등 주요 연구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며 "중국 방역 당국과 한국이 협력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초반 국면에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샤춘핑(夏春平) 중국 신문사 부사장은 “흡연과 음주를 하면 코로나19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등 한국과 중국에서 방역 관련 가짜뉴스들이 범람했다”며 “언론계 종사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한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은 “한·중 간 갈등이 있을 때 양국 언론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자극적인 글을 재생산해 대중적인 분풀이를 부각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며 “양국 언론 모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홍콩 아주주간 서울특파원 겸 단국대 교수는 “양국 언론의 역할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한국 언론들은 사실관계에 대한 팩트체크가 필요하고, 중국 언론들은 한국 언론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에 불리한 내용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이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방역 협력과 관련해 서양원 매일경제 편집담당 상무는 “중국은 북한과 인접해 있는 만큼 북한과 관련해 한·중 간 방역 협력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향후 출입국 제한과 관련해서는 인구수 대비 감염 비율에 따라 완화 또는 강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 프리 비자’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와 중국 외문출판발행 사무국이 동시 주관하는 한·중 고위 언론인 포럼은 지난 2009년 양국 국민의 이해를 넓히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매년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열렸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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