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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집값 못 내려” “그 값엔 안 사”…매도-매수 힘겨루기 길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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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세금·공급…시장은 한풀 꺾여

강남 4구 집값 7주째 가격 제자리

9월 들어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져

잠실 리센츠 두달여 거래 딱 1건뿐

호가만 실거래가보다 1억~2억 높여

매수-매도자 ‘눈치작전’ 언제까지

내년 7월부터 양도세·종부세 강화

시행 전에 다주택자 공황매도 전망

연내 공시가 로드맵 발표가 고비

“정부, 정책 후퇴 우 범해선 안 돼”


한겨레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정보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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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인 6·17 대책이 발표된 지 100일이 지났다. 6·17 대책은 갭투자에 이용되는 전세대출을 막고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었다. 그 뒤 종합부동산세 세율 강화 및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을 담은 7·10 대책이 발표됐고 한달도 안 돼 공공분양 등 수도권 도심 127만호 공급계획을 구체화한 8·4 공급대책이 나왔다. 지난 100일 주택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한풀 꺾인 시장 주택 시장은 8월부터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의 경우, 서울은 7·10 대책 발표 직전 0.11%(7월6일)까지 오름폭을 키웠다가 대책 발표 이후 0.09%(7월13일)로 꺾인 뒤 8·4 대책 직후 0.02%(8월10일)로 재차 상승폭이 꺾였다. 주간 케이비(KB) 주택시장 동향의 ‘매수우위지수’를 봐도 7월6일에는 매수자가 많아 매수우위지수가 154.5까지 치솟았으나 9월 첫주에는 96.2(9월7일)로 100 아래로 내려가고 최근 85.2까지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이하이면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호가 다만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하지는 않고 있다. 강남 4구는 8월10일 이후 7주째 0%로 상승도 하락도 없는 상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어느 단지든 호가가 최고가로 올라와 있다. 반면 매수자는 그게 거래될 가격인지 확신이 없다”며 “매도자가 받고 싶은 가격과 매수자가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격에 큰 괴리가 있는 채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송파구 대장주로 꼽히는 잠실 리센츠는 7월 이후 지금까지 거래가 딱 1건이다. 7월18일 22억5천만원(전용 84㎡, 22층)에 거래된 뒤 두달이 넘도록 실거래 내역이 없는데도 현재 호가가 최고 23억원에 이른다. 26건이 거래된 6월 거래 가격은 20억원 안팎이다.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6월에 14억5천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7월에 17억원(24층)을 찍었다. 8월20일에 16억2천만원(23층)으로 8천만원 하락한 거래 사례가 나왔으나 현재 최고 호가는 그보다 1억8천만원이 높은 18억원에 달한다.

광진구 자양동의 공인중개사는 “급매물은 이미 흡수됐고 여유가 있는 매도자들이 희망 호가로 내놓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추격 매수도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는 ‘집 사면 호구된다 vs 추석 이후 또 뜀박질’, ‘영끌 30대 호구일까 막차일까’처럼 매수 타이밍에 대한 콘텐츠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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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자가 움직일까, 매도자가 움직일까 전문가들은 7·10 대책에 포함된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책이 현실화하는 내년 상반기를 매도자·매수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본다. 정부는 7·10 대책 당시 양도세를 강화하면서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내년 6월1일까지 시행을 유예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1일), 개정 양도세 적용일(6월1일)이 같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 상반기에 다주택자들의 ‘공황매도’(패닉셀링)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선 나온다.

내년 6월1일 이후 양도 주택에 대해서는 1년 미만 단기매매 세율은 현행 40%에서 70%로, 2년 미만은 40%에서 60%로 강화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기본세율(6~42%)에서 20%포인트(2주택자)에서 30%포인트(3주택 이상)까지 중과한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비규제지역은 3주택)는 내년도 종합부동산세율이 현행 0.6~3.2%에서 1.2~6.0%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종부세 부담에 양도세 중과를 더하면 사실상 남길 수 있는 시세차익, 즉 투자 수익률이 ‘제로’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이 실행되면 매물이 더 나오는 등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상당량 나온다고 해도 거래가 안 되고 쌓여야 가격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가격이 너무 높지 않으면 사려는 수요가 있어 하락으로 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지티엑스(GTX) 개통으로 서울 외곽에 개발 호재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 서울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서울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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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후퇴하면 안돼 실제 최근 실수요 시장을 움직이는 30대는 평균보다 주택 가격 상승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9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의 경우 8월 125에서 117로 8포인트 떨어졌으나 ‘40세 미만’은 8월 131에 이어 9월에도 122를 기록해 여전히 집값 상승 전망이 높았다. 이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향후 1년 뒤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가 연내에 내놓기로 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때 기존 정책을 후퇴시키는 등 잘못된 사인을 주면, 풍부한 유동성, 낮은 이자율 등으로 주택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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