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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제발 로또 당첨 좀" 추석 앞두고 더 깊어진 '한숨' [한기자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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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구매, 재미가 아니라 절실해요" 코로나 경제 불황…서민들 깊은 한숨

상반기 복권 2005년 이후 최대 규모 판매 기록

자영업자·소상공인 깊은 한숨, 추석 앞두고 시름 더 깊어져

아시아경제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편의점 로또 복권 판매대.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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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예전에는 재미로 했는데, 요즘은 정말 절실하죠. 로또 당첨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번화가에 있는 편의점에서 로또 복권을 구매한 한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 앞날은 알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씨 푸념 그대로 코로나19 이후 서민 경제는 팍팍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외식·항공·공연·패션 분야는 아예 아사(餓死)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인력 감축, 무급 휴직, 감산에 나서면서 필사적으로 코로나19 시대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이 마냥 달갑지만은 이유다.


이날 또 다른 로또 판매점에서 만난 50대 이 모 씨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로또를 구매하고 한 주를 기대감에 보낸 것이 아니라 정말 꼭 당첨되었으면 한다는 게 이 씨 설명이다. 그는 "누구나 지금 코로나 때문에 못살지 않나, 로또 당첨으로 (살림) 걱정 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경기 불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복권이 2조6천억원어치 팔려 2005년 이후 최대 규모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총 판매액은 2조6천20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1%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증가율은 지난 2012년(17.7%)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상품별로 보면 로또 판매액이 약 2조3천8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쇄식 복권이 1천863억원, 결합식 연금복권이 855억원, 전자식 복권이 408억원 등이었다.


특히 연금복권 판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8억원)보다 68.2% 급증하면서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 2012년(1천313억원) 이후 8년 만의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연금복권은 508억원어치 팔리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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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 있는 한 로또 복권 판매대.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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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은 우울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지난 4월과 6월 9월까지 3회에 걸쳐 '코로나 우울 추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지난 4월에는 54.7%였으나 6월 조사에서는 69.2%, 9월 조사에서는 71.6%로 증가했다. 4월 대비 16.9% 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어떻게 또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울감을 심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소재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40대 회사원 김모 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 영업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고객들의 표정이 우울하다"라면서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영업도 안되고 매출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빨리 코로나가 좀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경제 불황을 온몸으로 겪는다고 밝힌 한 30대 자영업자 이 모 씨는 "나라에서 여러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지만 내가 준비해서 먹고 사는 자영업자들 경우,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폐업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정책은 지원금도 좋지만, 우선 '희망'을 좀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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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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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소기업 5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0%의 중소기업이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1년 이상 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기업 유지 가능 시한을 6개월로 응답한 기업이 12.0%, 1년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22.0%였다. 이어 1년 6개월(12.0%), 2년(8.0%), 3년(10.0%), 3년 이상(36.0%)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해 추진 예정인 비상경영 대책에 대해 '일상경비예산 축소(26.9%)'가 가장 높은 응답을 보였다. 이어 인력감축(21.5%), 사업구조조정(20.4%), 임금축소(7.5%), 휴업(7.5%), 자산매각(6.5%) 등의 순이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폐업도 급증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전국의 상가 점포는 256만9824개로, 1분기보다 10만3943곳이나 줄었다. 서울 2만1178곳 등 수도권에서만 5만5000곳 가까운 점포가 문을 닫았다.


7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이나 줄고 감소 폭은 지난해 7월의 약 5배에 달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17만5000명이나 줄었다. 사실상 줄폐업 사태 수준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시름도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50대 시민은 "올해 추석은 정말 명절 분위기가 안난다. 부모님과 애들 용돈도 좀 줄였다"면서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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