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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기업인 또 무더기 증인 신청, '정책 국감' 말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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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되풀이되는 구태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국회의원들이 증언을 듣겠다며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감사장에 불러내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업인 호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상임위원회마다 소관업무는 달라도 호출 이유와 패턴도 비슷하다. 국정 파악에 꼭 필요하다거나 알맹이 있는 정책 질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업과 기업인들은 거의 없다. 지역구 민원이나 숙원 사업 해결에 이용하려는 압박성 질의와 유권자 관심 끌기 발언이 해마다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 역시 이같은 구태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임위별로만 봐도 10월 7일부터 시작될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수두룩하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채택한 증인 21명 중 62%(13명)는 대기업 경영진이다. 국민의힘 정운천·정점식 의원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실적이 부진한 책임을 묻겠다”며 이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증인으로 불렀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 크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5대 그룹 총수는 단골 신청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은 “차량 결함 문제를 따지겠다”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증인 신청했다. 정무위소속 야당의원들은 KB·신한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을 모두 부르자고 제안했다. 사모펀드 비리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이유다.

국정감사의 목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집행을 파헤치고 바로잡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감사 대상은 아니다. 그런데도 ‘부르고 보자’는 식으로 기업인을 불러내고, 그것도 업무에 밝은 실무진보다 총수와 최고경영자부터 호출한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호통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 무리하게 총수급부터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외부 지적이 적지 않은 이유다. 코로나 위기로 벼랑에 몰린 우리 기업들은 최근 규제 입법이 잇따르면서 체력과 사기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국내 285개 경제법령 중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항목은 2657개에 달한다는 보고서(한국경제연구원)도 나와 있다. 지뢰밭 한 가운데에 서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국회만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구태와 악습은 정말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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