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들끓는 여론에 직접 나선 文… 남북대화 재개 기대감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대통령, 회의 직접 주재해 결정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에 기대감

공식 채널 단절에 어려움 드러내

남북 관계개선 필요성 부각 의도

北은 사과 이틀만에 무단침범 트집

공동조사 받아들일 가능성 낮아

세계일보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7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공동조사를 요청한 것은 북측의 비인도적 처사에 격앙된 국내 여론을 의식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결정은 북한이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수색 작업을 하는 남측 선박의 해상경계 ‘무단침범’을 문제삼고, 자체 조사 계획을 밝힌 이후 내려졌다. 북측이 공동조사를 수용할 경우 단절된 남북대화 국면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남측의 무단침범을 문제 삼는 것은 일방적으로 해양경계로 삼는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기준으로 한 주장이어서 향후 남북 간 해양 경계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북한은 시신을 자체 수색할 예정이고, 만약 찾으면 반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공동조사 요청 결정

청와대가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한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형식’이다. 사건 대응 과정에서 그간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나섰지만 이날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의중과 기대가 실린 제안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안팎에선 최근 남북 두 정상이 나눈 친서에 기대가 큰 상황이다. 두 정상 간의 개인적 신뢰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를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이라는 공식 대화 채널 복원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례적인 사과에 대응해 청와대가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한 것도 이런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 차원에서도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방패가 필요한 시점이다. 야권은 남북 정상 간 친서교환 채널을 왜 우리 국민이 살해될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가동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다. 남북 공동조사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제안함으로써 정부의 진상 규명 의지를 내보이고 나아가 ‘공식 채널’ 단절에 따른 어려움을 드러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조치로 보인다.

세계일보

◆북측의 공동조사 수용 가능성은 낮아

청와대의 제안대로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남측이 영해에서 어떤 수색작전을 벌이든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우리 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한 것도 이에 대한 차단 포석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적 공동조사 등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북한이 남북한 간 고질적인 분쟁거리였던 서해 경계 문제를 꺼내들어 우리 수색 선박의 ‘침입’을 경고한 것에 대해 “서해에서 추가적으로 불필요한 충돌이 없도록 미리 경고함과 동시에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공동조사 결과를 통해 북한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이 추가로 드러나는 건 북한 체제 성격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사과를 한 마당에 이미 사건은 ‘종결’처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통신보도에서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대책들을 보강했다”고 한 것은 북한 역시 대결 상황을 피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통전부가 김 위원장의 사과를 전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의식하고 향후 남북관계의 파국을 막으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안으로는 경제적 어려움, 밖으로는 북·미 대화 교착 상황인 데다 일각에선 11월 미국 대선 전 10월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발신 명의가 없고, (남측에 대한) 9·19 군사합의의 위반 거론을 자제한 것은 나름대로 ‘톤다운’을 한 것”이라고 봤다.

홍주형·박현준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jh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