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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롤러코스터 타는 美 기술주, 앞으로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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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테슬라·FAANG 슈퍼 버블? "건강한 조정 vs 고평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세계 증시가 폭락한 후 낙폭을 만회하며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로 분류되는 ‘개미군단’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도 합류했다.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상승세를 보이던 증시는 최근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조정받고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코노미조선’이 증시가 버블(거품)인지, 불마켓(강세장)인지 진단해본 이유다. [편집자 주]

테슬라, 하루에21% 급락하기도
주가 ‘고평가’됐다 우려 불거져
美 펀드매니저60% 그래도 강세장

조선비즈

9월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 사이트에 주식시장 관련 정보가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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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극적인 반등을 이끈 기술주(株)를 바라보는 시선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혜가 기대되고, 이에 따라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생산과 소비가 침체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주가가 널뛰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급락이 도화선이 됐다. 테슬라와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5대 기술주를 중심으로 나스닥종합지수(이하 나스닥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가파르게 오른 기술주가 일시적인 조정을 받은 것인지, 그동안의 주가 상승이 ‘버블(거품)’이며 조만간 이게 터질 징조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대표 주식인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9월(이하 현지시각) 들어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액면분할 첫날인 8월 31일 하루 만에 무려 12.6% 오르면서 주당 498.3달러를 기록한 테슬라는 9월 1일 하락해 3일까지 사흘간 20% 가까이 내렸다. 4일 2.8% 올라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것에 대한 일시적 조정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은 8일 다시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하루 만에 21.1%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테슬라 주가는 5일 연속 오르며 8일의 하락 폭을 만회했지만, 투자자들은 또다시 이런 급락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테슬라와 함께 올해 나스닥지수 상승을 이끈 애플 역시 테슬라와 비슷한 급등락을 최근 겪었다. 9월 1일까지만 해도 134.2달러였던 애플 주가는 2일과 3일 각각 2.1%와 8.0% 내리며 이틀 만에 10% 넘게 하락했고, 8일에도 6.7% 급락한 11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9일 4% 상승하긴 했지만, 10일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9월 2일 3531.5달러까지 올랐던 주가가 9월 15일 3156.1달러까지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월 2일 1만2056.4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9월 8일 1만847.7로 3거래일 만에 10.3% 하락했고, 9월 15일까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주가가 경기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올랐다"며 "투자자들은 방어적인 태도로 주식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고평가 우려

기술주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건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과 관련한 불안감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소강될 기미가 없는 데다 이로 인한 경기 침체, 미·중 갈등 같은 불안 요인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주식시장의 반등을 이끈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더는 강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기술주와 주식시장을 어둡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기술주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9월 15일 기준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1157배에 달한다. 보통 금융투자 업계에선 20배를 기준으로 해당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테슬라만큼은 아니지만, 전자상거래 업체 1위인 아마존도 PER이 100배가 넘는다. 화상 회의 서비스 기업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의 경우 PER이 1350배가 넘는다.

이런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투자자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주가꿈비율(PDR· Price to Dream Ratio)’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 투자자들은 기업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이 아닌 앞으로 벌어들일 돈에 상응하는 ‘기대감’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테슬라의 별명이 ‘꿈을 먹는 주식’이다.

나스닥 급등락의 배후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목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소프트뱅크가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주 콜옵션(만기일이나 만기일 전에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사들여 테슬라와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 등의 대형 기술주의 가격 상승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옵션 만기일 이후 사들인 기술주를 대량으로 내다 팔 가능성이 제기되며 최근 기술주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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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기술주, 성장 유망"

월가는 여전히 기술주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조나단 벨 스탠호프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기술주가 거품 영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주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다"며 "대표적인 게 실적"이라고 말했다.

기술주 자체의 호재도 많다. 아마존은 최근 럭셔리 패션 사업이라는 새로운 리테일(소매) 타깃을 발표했고, 테슬라는 중국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약 47조원)에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인수했고,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스노플레이크는 34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했다. 역동적인 기업 활동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크 해펠 UBS 글로벌 자산관리 부문 최고 투자책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최근 기술주의 급락에 대해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미국 의회가 추가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언급하며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닉 센 파인브리지 글로벌 이쿼티 책임자도 최근의 주가 하락을 "건강한 재조정"이라고 표현했다.

9월 15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총 6100억달러(약 715조8400억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199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9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기술주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에도 응답자의 58%는 ‘불(bull) 마켓(강세장)’이라고 답했다. 전달(46%)보다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체 응답자의 29%만이 ‘베어 마켓(약세장)’이라고 답해 전달(35%)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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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혁 이코노미조선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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