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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짐 로저스 “약속한다. 거품은 꺼진다…많은 사람 고통스러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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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세계 증시가 폭락한 후 낙폭을 만회하며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로 분류되는 ‘개미군단’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도 합류했다.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상승세를 보이던 증시는 최근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조정받고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코노미조선’이 증시가 버블(거품)인지, 불마켓(강세장)인지 진단해본 이유다. [편집자 주]

FAANG·테슬라 거품 낀 게 맞다
주식 비쌀 땐 돈 비축하라
항공·여행 등 급락한 곳 투자

조선비즈

짐 로저스. 예일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대학원(철학·정치학·경제학), 퀀텀펀드 설립,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 로저스홀딩스



"버블(거품)을 잘 모르는 사람은 최근 증시 급등으로 얻은 수익을 놓고 환상적이라고 평할 것이다. 돈을 쉽게 벌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거품을 좇으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약속한다. 거품은 꺼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주저앉은 후 전 세계 증시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 주식투자를 안 하던 사람까지 계좌를 개설하며 증시에 입문한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9월 7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가 앞다퉈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증시가 한동안 오를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15~20년마다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린다. 그는 "경험 있는 사람은 거품이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알지만, 이를 모르는 젊은 사람은 거품에 대해 어렵게 배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물경제와 반대로 흘러가는 증시를 놓고 거품론과 불마켓(강세장)의 신호탄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시장 전체를 거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유 없이 매일같이 오른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이른바 ‘팡(FAANG)’ 종목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는 거품이 많이 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거품이 낀 종목이 더 오를 수 있는데, 원래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내는 게 거품의 특징이라 투자자들은 조심해야 한다"며 "거품은 거의 모두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항공, 여행, 관광, 교통 등 코로나19 위기 후 많이 떨어진 종목과 금·은을 유망하게 봤다.

그는 "최근 대한항공 주식 비중을 늘렸지만, 이를 따라 하는 것은 최악의 투자법"이라고 했다. 이어 "스스로 투자 대상에 대해 정확하게 많이 알고 있지 않다면, 투자하지 말고 은행에 돈을 넣고 기다려야 한다"며 "언론에 나오는 투자 정보(hot tip)도 절대 믿지 말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투자 대상은 어떤지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닷컴버블과 비슷해져 가…침체 또 온다"

세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는데, 실물경제는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다. 6개월 전 미국의 국가 부채는 역사상, 그리고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었는데, 이후 미 재무부가 수조원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달러화 부채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당선에만 몰두해 막대한 돈을 찍어내며 쓰고 있다. 결국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이 증시로 빠르게 이동했다."

주가 상승이 이어질까. 아니면 현재 증시에 거품이 꼈다고 보는 게 맞나.
"‘FAANG’ 주식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이 급등해 거품이 많이 꼈다. 미 증시는 이 몇 개 주식이 이끌어 오른 것이지 전체가 거품인 것은 아니다. 한국 증시도 일부분은 거품일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도 마찬가지다. 이런 주식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조심해야 한다. 아직 닷컴버블(2000~2002년) 당시 정도는 아니지만, 상황이 비슷해지고 있다. FAANG 주식은 당시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한 게 적절한 조치였나.
"아니다. 끔찍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는 결국 누군가 언젠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만 해도 부채가 급증해 지금의 청소년이 어른이 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 약 100년 전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였지만, 결국 엄청난 빚더미에 앉으면서 명성을 잃었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일본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 4월 "앞으로 몇 년 안에 내 생애 최악의 하락장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각국 정부 부채가 지나치게 많았지만, 현재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위기가 발생한다면, 내 생애 최악의 상황일 것이라는 말이다. 부채를 보면 최악이 아닐 이유가 없다. 미국만 봐도 2008년보다 부채가 10배 이상 늘었다. 일본은 국채를 발행해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등을 매입한다. 두렵게도, 2008년에 미국의 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듯이 그런 일이 또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블딥(이중침체)이 올까.
"역사를 돌아보면 경기 침체는 늘 주기적으로 있었고, 또 올 것이다. (우리는 더블딥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현재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직후 맞이한 최악의 순간보다 상황이 나아졌지만, 경기 침체는 올 것이다. 하루 500대의 비행기가 운항되던 공항이 코로나19 위기로 마비됐다가 다시 비행기가 20대가량 운항된다면 이는 회복이다. 식당과 호텔에도 손님이 늘어나긴 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이게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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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9월 7일 ‘이코노미조선’ 기자와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지욱 인턴 기자



◇"거품 끝 늘 안 좋아…모두를 다치게 할 것"

거품장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 방법은 없나.
"거품을 잘 다룬다면 많은 이익을 볼 테지만, 어렵다. 경험 많은 사람은 거품이 지속되지 않고 결국 무너져내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품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거품의 끝은 늘 안 좋다. 쿠웨이트는 1979년, 일본은 1989년 거품 붕괴를 경험했다. 미국도 1968년, 1999년 거품 붕괴를 겪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거품 장세에서는 수익을 보기 쉽다고 생각하고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쉬운 게 결코 아니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 빚을 많이 져서도 안 된다. 거품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나는 물론 모두가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투자금을 100% 굴리고 있는가.
"아니다. 내가 투자금을 100% 굴릴 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거품이 커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는 돈을 비축해둔다.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주식이 비싸다는 이야기다. 난 주식이 붕괴했을 때 사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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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며 “금은 여전히 유망하다”고 했다. /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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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여행·관광·교통주 투자 비중 늘려…금·은 유망"

이번 위기 속에서 투자철학을 바꿨나.
"그대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지금 투자한다면 어디에 해야 할까.
"나는 항공, 여행, 관광, 교통 등 많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중국 와인 회사에 투자했다. 식당과 술집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며 와인 회사 주식이 싸졌다. 좋은 가치를 지닌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금도 코로나19 위기 후 많이 올랐는데, 이것도 거품일까.
"금은 거품이 아니다.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보여주며) 나는 지금도 금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살 계획이다. 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은을 더 사겠지만, 금도 여전히 유망하다고 본다. 금과 은 둘 다 더 오를 것이다."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투자 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중 누가 이기든 이들의 친한 친구가 하는 사업, 선호하는 경제 정책을 살펴보라. 또 이들의 지지자가 있는 지역을 주목하라. 트럼프의 경우 일가가 호텔을 운영하고 방위비에 많은 돈을 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무역장벽이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와 무역은 개방될수록 좋다. 헬스케어와 백신에는 두 후보 모두 투자를 많이 할 것이다."

◇"대한항공 비중 늘렸지만 날 따라 하는 것은 최악"

한국 항공주도 투자를 늘렸나.
"며칠 전 기존에 보유한 대한항공 비중을 늘렸다. 좋은 항공사는 아니지만, 많이 떨어졌고 한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샀다. 언젠가는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운항될 것이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배를 타고 갈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한항공 외 어떤 한국 주식을 샀나.
"다른 한국 주식도 샀지만, 투자 팁은 안 가르쳐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따라 대한항공에 투자하겠지만, 이는 최악의 투자법이다. 다른 사람 말을 절대 믿지 말라. 투자할 만한 세계적인 항공사, 해운선사 등을 못 찾겠다면 투자 자체를 하지 말라."

한국 기업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2018년 말부터 금강산에서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는 이엔플러스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엔플러스는 특히 그래핀(탄소 원자들로 이루어진 얇은 막으로 꿈의 신소재라고 불림)에 능하다. 한국이 그래핀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핀의 원료는 그래파이트(Graphite·흑연)다. 남한이 기술과 능력이 있고, 북한이 천연자원이 풍부해 38선(군사분계선)이 붕괴되면 회사의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경영진도 똑똑하다."

여전히 북한, 한반도를 좋게 보느냐.
"38선이 붕괴되면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나라가 될 것이다. 남한과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도 통일을 원한다. 러시아, 중국 국경 근처에 미군을 주둔시킬 수 없는 미국과 일본만 통일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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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희 이코노미조선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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