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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무원 피격' 사과했던 北, 돌연 "우리 영해 침범엔 경고"…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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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 핵심 쟁점 남북 발표 달라 / 추가 조사는 물론 공동조사 필요성까지 제기 /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나와 / 靑 "피격사건 남북이 파악한 차이 있어" 공동조사 요구

세계일보

북한이 27일 실종 후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의 시신을 자체적으로 수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한 남북의 발표가 달라 추가 조사는 물론 공동조사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25일 통지문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통보했다며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작전을 벌리든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북측에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공동조사를 요구하겠다는 전날 청와대 입장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거절'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말'이라고 표현한 북한의 사건경위 설명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A씨가 '총격 전까지 6시간 생존'했다는 군 당국의 첩보 분석 결과에 대해 이렇다 할 반박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군 당국은 A씨가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최초 발견됐으며, 4시 40분께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후 9시 40분께 북한군이 상부 지시를 받고 총격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총격 전 5∼6시간의 '공백' 동안 북한이 A씨가 탄 부유물과 북한 선박이 거리를 유지한 채 실종자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도 지난 25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 보고에 의하면 북한군은 3시간가량 계속 실종자를 해상에서 가까이 관리하다가 놓쳤다고 한다"며 "(우리) 군은 '분실'이라고 보고했는데 (북한군은) 2시간 정도 그를 찾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은 군 당국과 동일하게 A씨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면서도, 이후 총격까지 시간대별 상황 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신 A씨가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이후 현장 단속정장의 판단하에 북한군인들이 40∼50m 거리에서 10여 발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월북 의사 표명에 대한 언급 없이 A씨를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한두 번 얼버무린 '불법 침입자'라고만 규정했다.

'시신훼손' 여부 역시 진상 파악이 시급한 부분이다.

군은 SI(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이 총격 후 시신을 해상에서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북한은 총격 후 부유물만 소각했다는 입장이다.

물론 군 당국의 판단은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닌 첩보에 의존한 분석한 것이므로 사실관계에 다소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시신이 발견돼 부검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느 쪽의 발표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총에 맞은 시신의 경우 해저에 가라앉아 수색이 쉽지 않은 데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군사적 긴장도를 고려할 때 남북 간 공동조사와 수색이 더 효율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과하며 시신훼손을 부인한 만큼, 북한은 남측의 국민 정서를 고려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시신을 수색해 송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청와대는 27일 북한 측의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피격사건에 관해 남과 북이 파악한 차이가 있으므로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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