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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집단소송제에 긴장하는 中企업계 "자금력 떨어지는 中企, 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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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 방식 활용하는 국내 중소기업 위험도 커져

박영선 중기부 장관, 과거 집단소송법 발의…대응에 주목

뉴스1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단적 소비자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집단소송 법제화 필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2.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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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윤다정 기자,조현기 기자 =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로 중소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해 집단소송에 대응이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안은 미리 판결의 효력을 받지 않겠다고 신고하는 행위인 'Opt-out'을 하지 않은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현재는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증권분야에 한정해 도입됐지만, 앞으로는 산업분야에 제한없이 도입하되, 현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폐지된다.

또 분야별로 산발적으로 도입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분야별 구별 없이 일반법 제도로 도입해 거의 모든 산업군에 적용하는 것을 추진한다. 현재 각 법률별로 3~5배인 배상책임은 손해의 5배 한도로 정할 계획이다.

중소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들은 경영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소비자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입법 목표를 밝혔지만,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소송에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다른 소비자에게도 배상해야 하고 승소하더라도 기업 이미지가 나빠져 매출이 감소하고 투자가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률적 대응이 부실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파산 위험에 내몰릴 수 있다.

중소기업의 대변인격인 중기중앙회는 해당 법안이 대기업을 겨냥한 것인 만큼 당장 움직임을 가져가진 않지만 향후 법이 통과되고 집단소송에 대한 방침이 정해지면 전문가 회의 및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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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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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경영 의욕 떨어뜨릴 수 있어 걱정"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 본부장은 "이 법은 대기업을 겨냥한 것이지만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기업이 많은 만큼 법 개정 취지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소송에 대한 대응 여력이 취약하고 법무 인력이 부족하다"며 "자금이 빈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집단소송을 맞닥뜨렸을 때 기업 도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업들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리는 부분에 대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집단소송을 당해 무너지면 근로자의 실업 문제까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집단소송제가 중소기업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들은 해외에 직접 수출하는 대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부품이나 완성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단소송은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걸릴 수 있어 중소기업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특정 업체의 경쟁사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소비자들을 부추겨 소송을 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협력업체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향후 중소기업계에서는 소송 남발을 우려해 당사자를 단체로 제한하거나, 판결의 효력을 신청자로 한정해달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겪는 中企,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보전"

다만 중소기업이 기술탈취 등으로 대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은 향후 거래가 끊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논문을 작성한 중소기업연구원의 최수정 박사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말고 대중소기업 간 문제에 한정해서 본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행위를 억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며 "그동안 대기업으로부터 부당한 행위를 당한 중소기업이 실손해 배상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실손해 그 이상의 배상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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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집단소송법 제정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16.7.26/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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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소기업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집단소송제에 대해 우선 관망하는 모양새다. 당장 대응하기보다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정부 내 타부처가 추진하는 정책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당 법안 제정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상태에서는 사례를 특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일단은 지켜보며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과거 20대 국회의원 신분이던 2016년, 피해자 개개인이 소송을 하지 않아도 대표 당사자의 피해가 인정되면 피해집단 전체에 배상을 하도록 하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한 바 있어 향후 중기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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