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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탄희 '장발장 방지 3법' 발의.."가난의 범죄화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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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형법·아동복지법 개정안 발의
주거형태로 구속 여부 판단 금지
소득 연동형 벌금제 도입
피의자 구속에 따른 아동 보호책 마련
"빈곤의 범죄화라는 회전문 멈춰야"


파이낸셜뉴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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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정)은 '가난의 범죄화'를 막기 위한 '장발장 방지 3법'을 대표발의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법은 △월세 구속·전세 석방 방지 △일수벌금제 도입 △구속 피의자 아동 보호 등이 골자다. 주거가 일정치 않다는 이유로 구속하는 시스템을 개선했고 개인의 소득 및 재산과 연계해 벌금을 정하도록 했다. 또 피의자가 구속된 경우 보호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토록 했다.

이를 통해 사법부 및 형사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향상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의자 구속 사유 구체화·합리화
'장발장 방지 3법'은 우선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주거 형태로 피의자 구속 여부를 결정치 못하도록 했다.

영장실질심사는 구속 전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지만 현실은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운용되고 있다. 피의자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수사기관이 제출한 수사기록이 영장 발부의 판단 자료가 되며 피의자나 변호인은 수사기록을 사전에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주거부정(住居不定)인 사람은 빈곤과 범죄와 처벌이 반복되는 회전문에 갇혀 있다. 구속 여부 결정에 ‘일정한 주거 없음’을 의미하는 주거부정이 중요 요소가 된다.

이로 인해 ‘월세 사는 사람은 낮은 보증금을 포기하고 도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속하고 ‘전세 사는 사람은 도주 가능성이 낮다’며 석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원룸 등에 거주하고 있지만 범죄 혐의가 무겁지 않고 전과가 없더라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만약 주거부정을 이유로 구속이 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로 인해 빈곤이 가중돼 또 다른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이탄희 의원은 "주거가 일정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도망할 위험이 있다고 하거나 주거가 일정하다는 이유로 도망의 위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주거부정인 사람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은 필요적 보석, 영장에 의한 체포, 현행범 체포 단계에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구속 등을 결정함에 있어 ‘주거부정’ 요소를 배제해 ‘월세 구속·전세 석방’의 폐해를 막도록 했다.

■소득 연동형 벌금제(일수벌금제) 도입
'소득 연동형 벌금제(일수벌금제)' 도입 근거도 마련했다. 벌금에 따른 형벌효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8년 임금 근로자 연봉 분석’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 연봉 중위값은 2864만원인 반면 연봉 100억원을 넘는 재벌 회장들이 있었다. 둘 사이의 임금 격차는 350배 차이난다. 만약 임금 2800만원의 근로자와 100억원 회장이 동일한 죄를 저지른 경우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할 경우 두 사람에게 미치는 형벌효과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참고로 최근 5년간(2015~2019년) 법원이 선고한 한 해 평균 벌금액 4조9539억원 중 현금 납부 비중은 25.1%에 불과했으며 ‘노역장 유치’로 벌금을 대체한 금액이 2조7833억원(56.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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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1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사례는 8만7540건으로 전체 노역장 유치의 51.8%에 해당했다. 이들에게 100만원의 벌금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형법을 개정해 소득 수준·재산 규모에 따라 벌금을 차등 부과하는 일수벌금제를 도입해 벌금형의 효과가 균형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일수벌금제는 지난 1921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스웨덴(1931년), 덴마크(1939년), 독일(1975년), 오스트리아(1975년), 스위스(2002년)에서 도입됐고 프랑스는 1983년 총액벌금제와 일수벌금제를 함께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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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구속 시 아동 보호 체계 마련
부모의 구속에 따른 아이들의 보호 체계도 마련했다. 부모가 구속되는 경우 아이들은 죄가 없지만 큰 위기에 처한다. 일종의 현실 속 '연좌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미성년 자녀가 있는 피의자를 불가피하게 구속할 경우 검사는 그 내용을 판사에게 설명하고 피의자 구속 사실을 관할 지자체장에게 통보토록 했다.

또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검사로부터 보호자가 구속된 사실을 통보 받은 지자체장은 해당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남겨진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이탄희 의원은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제도를 개선해 경제적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공정한 형사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가난한 사람에게 유독 가혹하고 재기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발의하는 장발장 방지 3법을 통해 빈곤의 범죄화라는 회전문이 멈추길 기대한다"면서 "이번에 발의한 3법은 장발장 방지 1탄이다. 향후 ‘주거약자’의 생계형 범죄에 관한 형사절차와 복지시스템을 연계하는 후속 법안 등을 차례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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