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데스크칼럼] "오픈도, 매각도 안돼"...등터지는 대형마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을 둘러싼 상황이 그 무대다. 적자 수렁에 빠진 홈플러스는 알짜 점포 매각이란 뼈아픈 자구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안산시의회는 상업시설 내 주상복합건물 용적률 하향 조례개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일반상업지역 기존 용적률 1100%를 주상복합건물에 한해 40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홈플러스 안산점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부지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상복합건물로의 재건축을 전제로 계약한 디벨로퍼 화이트코리아 계획을 부랴부랴 막은 것이다.

이코노믹리뷰

10년 전 상황을 돌이켜 보면,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 현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촌극 쇼로 여겨질 만큼 불편하다. 2012년 법안 개정과 2020년 조례안 개정. 8년의 시간을 두고 펼쳐진 정부와 정치권의 개정 행보 속 엇갈린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대형마트 신규 출점을 제한한 정부는 2012년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겠단 명목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다. 황금시대를 누리던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 가혹한 규제와 잦대가 적용된 유통산업발전법 족쇄로 손발이 꽁꽁 묶였다. 이로 인해 유통산업 한 축을 담당하던 대형마트업계는 영업환경이 가로막혔고, 신규 출점도 발목 잡힌다.

그리고 2020년, 대형마트업계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고강도 구조조정 파도에 떠밀렸다. 혹자들은 대형마트 몰락이 현실화됐다고도 평했다. 지난 10년간 시대착오적 시각에 함몰된 정부가 업종 자체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90년대 하루걸러 생겨나던 대형마트의 잇단 오픈에 활짝 열린 채용문을 넘었던 오늘날 과부장급 인력들은 실직 걱정에 한숨 짓고 있으나, 낡은 법안은 여전히 진화중이다.

심판대에 놓인 홈플러스 현주소는 심각하다. 현실성 없는 규제로 한동안 실적 내리막길을 걷던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8.9% 급감했고,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 5322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2월 말 기준 순운전자본은 마이너스 6649억원에 달했다. 쉽게 말해, 장사도 안되고 내부적으로 운용할 돈도 턱없이 모자라다는 이야기다.

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사상 최대 적자가 예고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온라인으로의 소비패턴 전환을 부추겼으나 규제가 대형마트의 폐점시간과 휴일 온라인 배송을 원천봉쇄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대형마트 오픈에 족쇄를 걸었던 정부는 폐점마저 굳게 차단하고 있다. 안산시의회는 안산점을 포함한 일반상업지역 6곳을 특정해 조례를 개정했다.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을 겨냥한 핀셋 규제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실탄이 시급한데 고육지책(점포 매각안)은 좌초 위기에 놓였고 내홍도 수습해야 한다. 점포 매각을 반대하던 노조가 추석 연휴 기간 전국 80여개 매장 파업을 예고했다. 경쟁사들 역시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현 상황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날 기념사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무려 37번 언급하며 전면에 내세웠다. 대통령은 공정을 말하는데, 정작 정부와 지자체는 때에 따라 방향이 전혀 다른 해석으로 대형마트의 진입과 퇴로를 모두 막고 있다. 논리적 아이러니다.

전지현 기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