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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터치가 무슨 말이에요?" 코로나가 몰고 온 비대면 시대, 디지털 소외 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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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시대 일상

키오스크 등 무인기계 활성화

복잡한 메뉴 등 노인 키오스크 이용 어려움 토로

전문가 "디지털 소외 계층 꾸준한 사회적 관심 필요"

아시아경제

서울 구로구의 한 음식점 메뉴판. 키오스크 주문을 안내하고 있다.사진=김영은 인턴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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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영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키오스크(무인 결제기)가 각 매장에서 활성화하는 가운데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있어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이들은 기계 앞에서 한동안 망설이다 겨우 음식을 주문하는 등 일종의 디지털 이용 사각지대에 처해있다. 전문가는 이들을 위한 현장에서의 봉사활동자 운영 등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외식업체는 물론 대형마트, 영화관, 병원과 보건소 등에서는 대면 주문이나 직접 결제 등 사람간의 접촉을 줄이고 있다. 사람이 없어진 자리에는 키오스크가 들어서고 있다.


키오스크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이다. 이는 편리성과 정확성을 제공하고, 대면 접촉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업이나 업주는 키오스크 사용을 통해 인건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키오스크 설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자체 개발 키오스크인 '와이플럭스'의 판매량이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월 평균 63%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4월 키오스크 판매량은 전월 대비 227% 증가해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또한 핀테크 기술 업체 '비티원'의 지난 3월 키오스크 공급량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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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고령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와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아 비대면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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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키오스크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이용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령의 소비자들은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고령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300명 응답자 중 81.6%는 키오스크를, 59.7%는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상거래와 키오스크를 모두 이용해 중복 응답한 소비자는 41.4%로 집계됐다. 이 중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고령 소비자 245명을 대상으로 업종별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를 평가한 결과, ‘유통점포’ 키오스크를 가장 어려워했고, 이어서 '병원', '외식업', '대중교통', '문화시설', '관공서' 순이었다.


또한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는 '복잡한 단계'(51.4%, 126명)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125명),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120명),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108명)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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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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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가 있는 패스트푸드 만난 노인들은 기계 사용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부분 주문 버튼 위치 등 찾을 수 없고 사실상 이용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25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음식을 주문한 최 씨(70대·남)는 "아무래도 복잡하고 불편하다"며 "그냥 (대면) 주문을 하고 싶은데 시간도 더 걸리는 것 같고 올 때마다 번거롭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한 서울 구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한 박 씨(60대·여)는 "어렵기도 하지만 뒤에서 기다리는 젊은 친구들 눈치가 보여서 그게 더 미안하다"는 고충을 털어놓으며 "속도는 좀 느려도 천천히 하다 보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말했다.


키오스크 사용에 노인들의 어려움이 있다 보니 한국소비자원은 이들을 위해 무인 결제기 이용 방법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인터넷에 접속하고 해당 사이트를 찾아 교육방법 등을 참고, 키오스크 작동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므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언택트 시대 노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소비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키오스크 사용 교육 페이지에서는 이해를 돕는 이미지와 함께 '시작 버튼 터치', '바코드를 리더기에 인식', '결제하기 버튼 터치', '신용카드로 결제'와 같은 기초적인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키오스크의 형태와 사용법은 업종 및 매장마다 다르고, 온라인으로 접속해야 하는 교육을 고령 소비자가 실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국회는 공항·철도·극장·식당 등에서 발권 주문에 활용되는 '무인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과 고령자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근거를 둔 '국가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향후 키오스크 등에 대한 정보 취약계층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가 증대될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는 언택트 시대 디지털 소외를 당할 수 있는 노인들에 꾸준한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 결제기) 교육 자료를 인터넷에 올린다고 해도 고령 소비자분들은 진입장벽이 높아 많이 보지 않는다"며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의 정보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질 것이므로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자기기 전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적절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가장 좋은 것은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익숙해 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자가 함께 있어 주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서로 돕지 않으면 한쪽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봉사자가 무작정 전부 해결해주기보다는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직접 교육의 방식으로 도와주는 것이 디지털 소외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영은 인턴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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