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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지키려면 돌아오라" 北 위협에 재입북 시도한 탈북민...'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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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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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신변과 관련해 북한 보위부로부터 협박을 당하자 다시 월북을 시도한 북한이탈주민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북한이탈주민 A(48)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2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했고, 같은 해 6월 국내로 입국해 생활해 왔다. 하지만 2년 후 북한 보위부한테서 “가족이 무사하려면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지속적으로 받게 됐고, 다음해 3월 월북하기로 결심했다. 보위부원과 월북 계획을 논의하는 한편, 다른 이탈주민들의 인적사항과 전화번호 등을 보위부에 건네줄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월북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보위부가 요구한 ‘충성금액’이 5,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늘어난 탓이다. 당초 A씨는 대출금과 개인적으로 모은 돈을 합한 8,700만원 가운데 3,000만원으로 생업에 활용할 트럭을 사고 남은 돈을 보위부에 상납하려 했는데, 돈이 부족해져 버린 것이다. 이미 중국으로 건너갔던 A씨는 결국 북한행을 포기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대해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A씨의 나이, 경력, 사회적 지위, 지식 정도, 범행 경위 등에 비춰,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 체제유지나 대남공작에 이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용인하며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통신하고 탈출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다만 회유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범행에 이르게 됐고, 월북 시도가 국가에 끼친 실질적 해악이 아주 큰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미수에 그쳤다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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