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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무력충돌로 23명 사망…“전면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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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7일(현지시간) 양국군 충돌 중에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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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캅카스 지역 ‘앙숙’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영토 분쟁지역에서 무력충돌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양국은 보복을 다짐하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양국은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탱크와 전투기, 드론 등을 동원해 상대국 지역에 공격을 감행했고, 민간인과 군인 등 최소 2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이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했다”고,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의 적대적 행위에 대한 반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양국 지도자는 상대국에 공격 책임을 돌리는 와중에 ‘전쟁 준비’를 언급하고 나섰다.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쉬냔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권위주의 정권이 다시 아르메니아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면서 “우리는 남카프카스에서 전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성한 조국을 지킬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도 대국민 TV연설에서 “우리의 명분은 정의롭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이다”라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수도 바쿠를 포함한 대도시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알자지라는 “이번 분쟁은 전쟁의 유령을 불러냈다”고 전했다. 옛 소련 시절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소련 붕괴 직전 이 지역은 독립공화국을 세우고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지원하는 아르메니아와 막으려는 아제르바이잔은 1992~1994년 전쟁을 벌였다. 사망자는 3만명에 달했다. 전쟁 이후 이 땅은 국제법상으론 아제르바이잔에 속하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영토 분쟁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고, 크고작은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더욱이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의 지원을 받으면서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2016년 4월엔 민간인 포함 200여명이 숨졌고, 지난 7월에도 사흘간 교전을 벌여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양국이 갈등을 반복하는 사이,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힘을 잃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내 중재 기구인 민스크 그룹이 평화협상을 벌여왔으나, 2009년 이후 교착상태다.

분쟁지역 내 민간인 희생이 커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의 포격으로 일가족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의 공격으로 적어도 민간인 여성 1명과 어린이 1명이 숨졌다고 비난했다. 양국은 민간인 희생을 상대방 비방하기 위해 강조하지만, 희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는 미온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즉시 휴전’을 촉구했고, 이란은 양측의 대화를 중재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에게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터키는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터키 국민은 언제나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제르바이잔의 형제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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