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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는 탈세·절세의 귀신? “10년간 소득세 한푼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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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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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15년 가운데 10년 동안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또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그 이듬해 납부한 소득세도 1500달러(약 175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호텔업으로 자산을 모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산이 올해 포브스 기준 21억 달러(2조4570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NYT는 2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 계열사의 약 20년 간의 세금 납부 자료를 확보해 이 같이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는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잃었다고 신고해 소득세 납부를 피해갔다”고 설명했다.

입수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투자한 부동산 및 리조트 사업, 직접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가 과세당국에 신고한 것과는 달리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번 수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골프장 등 자신의 해외사업체 뿐 아니라 필리핀, 인도, 터키 등에서 사업 계약을 통해 모두 7300만 달러를 벌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2015년에는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 신규 회원이 급증하면서 500만 달러를 벌었고, 2017년에는 빌리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호텔에서 행사를 열며 약 40만 달러를 지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그는 공동주최자로서 23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당시 러시아 측 파트너였던 아갈라로프 가문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흠집 내려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세력이 만났을 때 이를 연결해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출연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통해서도 2018년까지 4억2740만 달러를 벌었고 두 채의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며 1억7650만 달러의 수익을 추가로 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세금으로 냈다면 실제 세율을 적용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1억 달러를 납부해야 했을 것이라고 NYT는 밝혔다.

이렇게 많은 소득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은 것은 그가 세금 신고를 누락하거나 각종 공제를 받는 데 ‘귀신’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초반 사업 실패로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는데, 이것을 2005년까지 세금 공제를 받는 데 활용했다. 2005~2007년에는 그의 통장으로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수익 1억2000만 달러가 들어왔는데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생애 처음으로 약 7000만 달러의 소득세를 내고 말았다.

그는 부동산 재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온갖 억척스러운 수법을 동원해가며 세금을 탕감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집을 오가는 전용기 연료비도 사업비 지출로 분류했고,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면서 지출한 미용사 비용 7만 달러와 그의 딸 이방카 트럼프의 머리와 메이크업 지출비용 약 9만5000달러도 챙겨다가 공제 혜택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와 사업 실패 등으로 상당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골프·리조트와 호텔 사업 등은 계속 돈을 잃고 있으며 각종 라이선스 수익도 메말라가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보유하던 주식도 사실상 팔만큼 다 팔아 남는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과거에 사업 손실을 이유로 환급받았던 7290만 달러를 놓고 국세청(IRS)에서 10년 넘게 감사를 받고 있다. 만약 이 환급이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환급액에 이자와 벌금 등을 합쳐 모두 1억 달러를 토해내야 한다. 이와 별도로 4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개인 채무도 3억 달러에 이른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성공한 사업가로 이미지를 만들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은 매일 같이 사업 손실을 걱정하고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보려고 안달하는 사람이었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YT의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며 “나는 많은 소득세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변호사인 앨런 가튼도 NYT에 “대부분의 사실이 부정확하다”며 “최근 10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 만 달러의 개인 세금을 연방정부에 냈다”고 반박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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