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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문 대통령, 엿새만에 사과“불행한 일 송구… 깊은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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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상황이라도 일어나선 안 될 일”

김정은 위원장 사과 관련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여”

남북 대화 물꼬 터 가길 희망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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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북한군에 의한 어업지도원 ㄱ씨 총격 사망사건에 관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 22일 총격 사망사건이 일어난 지 엿새 만에 공개 석상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진상 규명을 단단히 굳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이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ㄱ씨의 가족과 친지에게도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월북 의사 여부에 관한 남과 북 당국의 해명이 다른 데다, 이를 두고 남쪽 정부가 ㄱ씨의 월북 의사를 핑계 삼아 희생을 막지 못한 것에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거센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사건이 자칫 월북 여부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져 반북 정서가 커지고, 진영 간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미리 막겠다는 뜻도 들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송구함을 밝힌 것은 ㄱ씨가 사망한 22일 이후 엿새만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발언과 지시는 비공개회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아침 8시30분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에게 첫 대면보고 받은 자리에서 “사실이라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북한에도 확인하고 사실관계 파악하라”고 지시한 바 있고, 이튿날 아침 9시 2차 대면보고 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한 뒤 국민에게 사실대로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후에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라며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사이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라는 구호를 앞세워 장외 시위를 벌이는 등 북한군 행위에 관한 문 대통령의 행동이 소극적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서 ‘대단히 미안하다’고 밝힌 북한 당국이 사과에 관해서 문 대통령은 “각별히 받아들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통지문을 보내 신속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라며 “특별히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라고 평했다. 이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북한 최고지도자의 뜻을 담은 빠른 사과가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인다고 수용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추가 공동 조사의 길을 모색하려는 조심스러움이 담긴 어법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사태의 진상 규명과 사태 수습이 제자리걸음인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뜻도 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유사 사건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남북의 의지가 말로 끝나지 않도록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해나가길 바란다”라며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전날 그는 긴급 안보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군 통신선 복원·재가동과 남북 공동조사를 북한에 제의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군사통신선을 통해 연락과 소통이 되어야 우발적 군사충돌이나 돌발 사건을 막을 수 있고, 해상 표류도 구조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다”라며 “적어도 군사통신선만큼은 우선 복구해 재가동할 것을 북측에 요청한다”고 재촉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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