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35세 베트남 독신여성은 무슨 고민을 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짜오 베트남-108] 이번 시간에는 베트남 한 언론 사이트에 올라온 독자의 고민을 발췌해 가져왔습니다. 베트남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을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아울러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익살스러운 댓글도 함께 소개합니다. 이런 것을 보고 있자면 언어와 피부색, 문화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호찌민에 사는 35세의 여성입니다. 그는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35세 여성입니다.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았습니다. 호찌민시 한 외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월급은 2000만동(약 100만원) 정도 됩니다. 수년간 열심히 일한 끝에 약 10억동(약 5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돈을 은행에 넣어놨지만 지금은 땅을 사기 위해 돈을 찾고 싶네요. 하지만 10억동으로는 호찌민에서 땅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토지를 사기 위해 돈을 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망설여져요. 저는 카페를 오픈하는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없는 데다 이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 마땅한 친척도 없네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업은 무엇일까요. 독자 여러분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여기에 대한 답변입니다. 모든 댓글이 그렇지만 진지하지 않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으니 참고하시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A:남편에 투자해 보십시오. 장기적으로 그게 수익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B: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남편이 삶을 위해 싸우게 하고 덜 지루한 삶을 돌볼 수 있는 아이를 찾으세요.(결혼해서 애를 낳고 애를 돌보라는 뜻)

C:그것(결혼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에요, 그것은 손실입니다.

D:어리석게 남편에게 투자하지 마십시오.

E:남편을 갖는 것은 관계를 확장하고, 때로는 재정적 잠재력을 증가시킵니다.

F:그녀는 35세. 나는 53세. 싱글. 둘이 합쳐 20억동(1억원) 확실한 조합으로 일을 키울 수 있습니다.(공개 구혼일까요…)

G:토지를 구입하기 위해 또 다른 10억동을 모으자.(회사에 남으라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H: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결혼하라고 조언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경력에 집중해야 하고, 결혼하는 것은 운명과 그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저는 남성에 의존하지 않는 강력하고 지능적이며 독립적인 여성들을 지지합니다. 경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사회는 결혼하도록 압력을 가하면 안 됩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줄 비즈니스 조언은 없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의 전부입니다.

I:글쎄요, 똑똑하고 독립적인 강한 여성은 남성에 의존하지 않아요. 나는 똑똑해요. 나는 항상 똑똑하고, 강하다고 확신합니다.(결혼을 부추기는 댓글을 달지 말라는 뜻)

이 짧은 글과 거기에 달린 댓글을 통해서 우리는 베트남의 생활상을 적잖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여성의 월급 100만원. 이 정도면 이 여성은 베트남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으로 나름 탄탄한 커리어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여성의 생활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보통 이혼하면 남자는 도망가고 여자가 애를 도맡아 키우죠) 그를 증명하듯이 직장생활을 통해 월급 100만원을 모아 약 5000만원의 시드머니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토지에 대한 베트남인의 사랑은 지극합니다. 또한 토지야말로 부를 일굴 수 있는 원천입니다. 현지 매체 등을 분석하면 호찌민시 땅값은 10년마다 2.5배에서 3배가량 오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강남 같은 업무지구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폭등하고 있습니다. 대도시 주변 신도시가 들어서는 지역 땅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요. 우리나라 1980년대 강남 땅값 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때 기준으로 비싼 값에 거래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사뒀으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집은 외국인이 살 수 있지만 땅은 외국인이 살 수 없습니다.

베트남은 토지 공시지가를 독특하게 지방정부가 정합니다. 그것도 매년 정하는 게 아니라 4년 단위로 끊어서 정하는데요. 최근 2024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되는 공시지가 승인안을 보면 호찌민 주택용지 중 1㎡당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곳은 호찌민 응우옌 후에 거리의 땅으로 1㎡당 1억6200만동(약 810만원) 정도였습니다. 3.3㎡(1평) 기준으로 환산하면 2600만원이 넘어가는군요. 이것 역시 시장 가격과 크게 괴리가 있는 상황으로 베트남 정부는 '토지 시장 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공시지가를 묶어놓았다'고 설명할 정도입니다.

35세 여성이 어디에 있는 땅을 사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저 위에 가장 비싼 땅을 시장 가격 대비 훨씬 낮은 공시지가 수준에서 매입한다 하더라도 고작 2평을 살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어디 호찌민 외곽 싼 땅이나 살 수 있는 정도인데, 그러자니 좋은 땅을 살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볼 수 있는 건 베트남의 결혼 문화입니다. 베트남은 한국과 비교해 훨씬 빨리 결혼을 하는 나라입니다. 보통 노총각, 노처녀를 가르는 현지 기준은 약 25세(만 나이, 농촌 기준)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혼 연령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베트남 초혼 연령은 남성 27.2세, 여성은 23.1세였습니다(평균 25.2세). 10년전에 비해 평균 연령이 0.7세 높아졌습니다. 도시인지 농촌인지에 따라 숫자가 다릅니다.

도시 지역에서 베트남 평균 초혼 연령은 26.4세입니다. 남성 28.1세, 여성은 24.8세입니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평균 연령이 24.5세로 떨어지고 남성 평균 초혼 연령은 26.7세, 여성은 22.1세까지 낮아집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19년 기준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0.6세입니다. 그러니 글을 올린 저 베트남 여성은 한국 기준으로 약 40세의 사회적 느낌을 가지고(평균 초혼 연령 대비 열 살 높은) 글을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을 하라는 장난스러운 댓글이 몇몇 보이는데, 그를 반박하기 위해 다른 여성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장문의 댓글이 이어지는 게 흥미롭습니다. 실제 베트남에서 보면 20대 젊은 여성 중에 '별로 결혼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부모 세대에서 어머니(특히 농촌 출신일 경우)는 희생의 표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 나가 일하고, 집에서 육아를 도맡아 하고,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온몸을 갈아넣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자란 딸들이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며 비혼 선언을 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 짧은 글로 베트남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단편이라도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립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