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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강행군에 끝내…손흥민 부상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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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최악의 상황은 부진이 아닌 '부상'이다. 특히 에이스 선수일수록 부상 공백은 개인 커리어는 물론 팀 전력에 치명적인 손실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손흥민이 가장 피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손흥민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가 전반전 후 교체됐다. 1대0 근소한 리드 상황에서 손흥민의 이른 교체 배경에 관심이 쏠렸고 경기 후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 햄스트링 부상 소식을 알렸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하며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EPL에 진출한 뒤 몇 차례 부상을 입은 경험이 있지만 햄스트링 부상은 처음이다. 문제는 햄스트링이 운동선수에겐 상당히 치명적인 부위라는 점이다. 허벅지 뒤쪽에 위치한 큰 근육으로 경기 중 동작을 급격히 바꾸거나 가속, 감속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햄스트링은 한 번 부상당하면 절대적인 안정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4주 안팎 시간이 필요하며 재발 위험도 높기 때문에 손흥민에겐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이른 복귀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고 답변했다.

큰 부상을 입은 근본적인 원인은 살인적인 유럽 주요 축구팀들 일정에 있다. 토트넘은 지난 13일 EPL 1라운드 에버턴전, 17일 불가리아에서 펼쳐진 유로파 예선 플로브디프전, 20일 EPL 2라운드 사우샘프턴전, 25일 북마케도니아에서 열린 유로파 예선 슈켄디아전, 마지막으로 이날 경기까지 15일 동안 5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약 4000㎞ 이동 거리도 소화했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 부상 이후 "손흥민 이후에도 계속 부상자들이 나올 것"이라며 선수들 건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기 일정을 짜는 잉글랜드축구협회 등 주최 측을 비판했다.

여기에 손흥민이 토트넘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면서 부상 위험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프로축구는 한 주에 1경기, 많으면 2경기 일정을 소화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 중 유일하게 이번 시즌 모든 경기를 교체 없이 마쳤다.

손흥민에게 "경기 내내 뛰지 말라, 걸어다녀라"며 체력 안배를 요구했던 모리뉴 감독도 팀 공격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에게 휴식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 소재는 있다.

남은 토트넘 일정을 고려해도 손흥민에겐 언제든 닥칠 부상이었다. 토트넘은 30일 첼시와 리그컵 4라운드, 다음달 2일 마카비 하이파와 유로파리그 본선행이 걸린 중요한 경기가 예정돼 있다. 모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두 경기에서 배제시킬 가능성은 없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손흥민도 '부상'에 있어서만큼은 절대적으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토트넘을 주제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에선 연습경기 도중 에릭 다이어가 건 깊은 태클에 병상에 누운 손흥민의 장면이 나온다. 다행히 큰 부상을 피했지만 손흥민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다이어에게 "널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큰 부상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랬어?"라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EPL 진출 후 가장 좋은 극초반을 보낸 만큼 부상은 더욱 아쉽다. 손흥민은 사우샘프턴전에서 EPL 진출 최초로 한 경기 4골, 뒤이은 유로파 예선에서 1골 2도움으로 두 경기 동안 공격포인트를 7개나 올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자연스럽게 개인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2019~2010시즌 18골12도움) 경신도 기대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소 한 달 이상 결장이 불가피해지면서 전망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토트넘 구단 측은 아직 정확한 부상 정도에 대해 발표하지 않았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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