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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집에 쌀 15포대 쌓였는데 아사? 창원 모녀 사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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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창원 한 원룸서 모녀 시신 나와

타살·자살 흔적 없고…지병도 없어 '미궁'

경찰 가능성 열어두고 모녀 사인 수사 중

경남 창원시의 한 원룸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으나 타살이나 자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이 사망 원인을 추가로 수사 중이다.

중앙일보

정신질환을 앓아온 모녀가 창원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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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1시 3분쯤 마산 회원구 한 원룸에서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심하게 썩는 냄새가 난다”는 취지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나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엄마(52)와 딸(22)이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모녀는 발견되기 20일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과수는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은 ‘미상’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 혐의점이 없고, 독극물 등의 반응이나 유서도 나오지 않아 자살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일부 언론에서 ‘엄마가 돌연사하고 딸이 아사했다’는 추정 보도가 나오기는 했으나 명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재 숨진 원인을 추가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모녀의 시신이 발견될 당시 집 안에는 20㎏짜리 쌀 15포대가 있었고, 냉장고에 반찬 등 음식류도 들어 있었다. 주변 이웃은 “엄마가 쌀 장사를 했다”고 말해 이와 관련된 쌀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숨진 모녀의 과거 행적과 평소 두 사람의 사이, 주변인의 진술 등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과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숨진 엄마는 1998년 딸을 낳았다. 이후 남편과 이혼한 뒤 2011년부터 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고, 이때 딸은 마산의 한 복지시설로 입소했다. 보호시설 측에 따르면 당시 딸에 대한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딸은 당초 만19세가 된 2017년 9월 보호시설에서 자동 퇴소해야 했다. 하지만 보호시설에서 딸이 자립 능력이 약하다고 판단해 보호시설에 더 머물면서 요양보호소 자격증을 따도록 도왔다.

이후 딸은 2018년 엄마의 요구로 보호시설을 나와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보호시설 관계자는 “보호시설을 나갈 때 딸이 순순히 동의했다기보다는 원래부터 순종적인 아이여서 엄마를 따라간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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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경찰청 전경. 사진 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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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복지시설에 입소하면서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을 받았다. 딸을 보호한 복지시설에 시설급여 형태로 전달됐다. 딸이 보호시설을 나온 뒤 엄마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신청하라고 했지만, 엄마가 거절했다는 것이 자치단체 측의 설명이다. 숨진 엄마는 복지시설 퇴소자에 대한 5년간 관리 절차도 반대해왔다는 게 자치단체와 보호시설 측 설명이다.

보호시설 관계자는 “딸이 시설에 있을 때 혼자 라면도 끓여 먹고 요리도 할 줄 알았다”며 “시설에서 일부러 요리를 가르쳐주기 때문에 쌀과 반찬이 있는데 딸이 굶어 죽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다른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해 돌연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썬 두 시신 다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두고 추가 사인에 대해 수사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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