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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피격 공무원이 남긴 USB 미스터리..."3개 모두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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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이씨 소유 USB 3개 수사기관 제출

무궁화 10호 선장 “확인해보니 텅 비어 있어”

고장난 CCTV와 구명조끼 착용 여부도 핵심 쟁점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무궁화 10호 선원 이모(47)씨가 월북을 시도했는지 의혹을 밝혀줄 새로운 단서로 이씨 소유 개인 USB(이동식 저장장치)가 떠오르고 있다. 군 당국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하려 한 정황이 있고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아 의혹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다.



“이씨 소유 USB 비어 있다”



중앙일보

28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을 찾아 무궁화 10호와 같은 급의 선박인 무궁화 29호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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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 21일 실종된 이씨 소유 USB 3개를 해경에 제출했다. USB 3개는 이씨와 함께 근무한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이씨의 개인 물품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서해어업관리단 한 직원은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언제 USB를 제출했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수사기관에서 가져간 만큼 사용 내역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확보된 USB 3개는 모두 텅 빈 상태라고 한다. 이날 전남 목포 어업지도선 전용부두를 찾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씨가 컴퓨터로 행정 작업을 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장 배석한 무궁화 10호 선장 A씨가 “이씨가 소지한 USB 3개를 확인해보니 모두 아무것도 없었고 국과수에 그대로 제출했다”고 답하자 “(아무것도) 없었어?”라고 되물었다.



텅 빈 USB 사용 경위에 수사력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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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해어업관리단을 찾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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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10호에서 개인 USB 3개가 발견됐지만 사용 경위와 소지 목적 등은 아직 불투명하다. 무궁화 10호는 일반 USB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한다.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은 “어업지도선은 개인 USB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로 ‘공무원 전용 보안 USB’만 인식된다”며 “일반적인 USB를 사용하려면 공무 관련 사항의 유출 예방 때문에 보안성을 강화해 전산망에 등록·승인된 것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씨가 무궁화 10호에 탑승했을 때 개인용 컴퓨터나 노트북은 휴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USB를 과거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등은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밝혀질 수 있다.



고장난 CCTV도 디지털 포렌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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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에 정박 중인 무궁화 10호 후미에서 확인된 고장난 CCTV.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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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무궁화 10호에 설치된 고장난 CCTV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도 하고 있다. 사건 단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선내 CCTV는 월북 미스터리를 풀 핵심단서지만, 지난 18일 고장나 작동이 안 됐다.

CCTV가 고장난 사실은 무궁화 10호 ‘항해일지’에 기록돼 있다. 항해일지는 선박의 주요 기계가 고장 나면 기록하게 돼 있다. 이씨는 지난 16일부터 무궁화 10호에서 근무했고 항해일지를 관리하는 일등 항해사였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이씨가 CCTV 고장을 직접 항해일지에 기록했는지는 확인 불가”라면서도 “이씨가 항해일지를 관리하는 일등항해사였던 것은 맞다”고 했다.



침실에 남아있는 이씨 몫 구명조끼



이씨가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지 여부도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대목이다. 해경은 이씨가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는지 현재로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실종됐다면 월북이 아닌 실족사고일 가능성이 커진다.

무궁화 10호에는 물품대장에 오른 구명조끼 29개가 그대로 있다. 이씨 몫으로 배정된 구명조끼는 이씨의 선박 내 침실에 남아 있다. 다만 물품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비상용 구명조끼 50여개는 정확한 수량이 적혀있지 않아 이씨가 이 조끼를 착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목포=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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