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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글·오라클도 17조원 소송당해…`징벌적손배` 기업부담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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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옥죄기법 공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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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들이 천문학적 소송전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매일경제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8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인한 30대 그룹 소송비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대 15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지만 이는 소송가액이 100% 증가할 경우를 가정한 것에 불과하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기업이 두 법에 대비하기 위해 드는 비용과 각종 남소로 인한 피해, 브랜드 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추가 비용 산정이 불가할 정도다. 기업들이 짊어지게 될 실제 부담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자면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유럽에서 17조원이 넘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과 싸우는 중이다.

비영리 소비자 보호단체 '더 프라이버시 컬렉티브(The Privacy Collective)'는 오라클과 세일즈포스가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위반해 개인 정보를 침해했다며 지난달 네덜란드 법원에 두 기업을 상대로 벌금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가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흔적인 '쿠키'를 통해 개인 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주장이다. 더 프라이버시 컬렉티브가 주장하는 소비자 배상액은 모두 합쳐 100억유로(약 13조6500억원)가 넘는다.

구글의 글로벌 영상 플랫폼 유튜브도 유럽에서 13세 이하 어린이 500만명의 개인 정보를 침해했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했다. 영국에서 제기된 이 소송의 청구액은 25억파운드(약 3조7500억원)에 달한다. 이 소송들은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이 원고 측을 대리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이나 입증 정도를 강화하거나 평결조건을 배심원 전원 합의로 하는 등 캘리포니아·뉴저지·위스콘신 등 주별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추세다.

실제로 소비자 집단소송을 견디다 못한 대기업이 파산한 전례도 있다. 실리콘 제조사 다우코닝은 1990년 미국 CBS가 실리콘 유방확대수술이 유방암을 야기한다고 보도한 뒤 발생한 집단소송에 견디다 못해 파산 신청을 했다. 1996년 하버드대 의대가 실리콘과 유방질환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다우코닝은 '혐의'를 벗었지만 손실은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 일부의 집단소송으로 인해 기업뿐만 아니라 다수 소비자와 주주에게 모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집단소송의 경우 소송 제기 사실만으로도 기업 이미지 및 영업 활동에 회복 불능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송 성격상 다수 피해자의 피해액이 합산돼 거액의 소송가액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브로커 집단의 소송 선동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상급심을 거듭하면서 뒤집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소비자·임직원의 피해와 기업의 책임을 구분하는 경계가 애매모호한 사건이 많아서다. 실제로 최근 미국 포드자동차는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한 직원이 제기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손해액 170만달러와 징벌적 벌금 150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연방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두 법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두 법안에 따라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소송 부담과 함께 회복할 수 없는 경영상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면서 "블랙컨슈머와 악의적 법률 브로커 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소송 제기만으로 기업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적 영향과 법률적 측면에 대한 연구와 국민적 토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경영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기업 규제 법안들이 기습적으로 추진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법체계와 전혀 맞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은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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