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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공무원 北에서 발견·사망'...해경 수뇌부만 알고 일선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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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공무원증과 지갑.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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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북한에서 피격된 공무원 이모씨(47)가 실종된 다음 날 북한 수역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를 청와대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청장은 이씨의 사망 정황도 청와대 등을 통해 들었지만 해경 차장 등 고위 간부들과만 공유하고 일선엔 알리지 않았다.

28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22일 오후 6시쯤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지난 21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씨가 북측 수역에서 발견된 것 같다"는 첩보를 들었다. 22일은 이씨가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 A호에서 실종된 다음 날이다.

하지만 김 청장은 이를 수색을 담당하는 해경 수색구조과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알리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해경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가 아닌 이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소연평도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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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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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3일 오전 1시~2시30분 긴급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해경에 "'이씨가 실종됐다'는 보도자료를 낼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경은 "보도자료보다는 수색이 먼저"라며 수색 업무에 주력했다. 이때도 해경은 군 등에서 이씨가 사망했거나 북한에서 피격된 사실은 통보받지 못했다.

그러나 군은 이미 이씨의 피격 사실을 지난 22일 파악한 상태였다. 북한은 22일 오후 3시 30분 등산곶 일대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의지해 표류하던 이씨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오후 9시 40분 이씨를 총으로 쏜 뒤 10시 10분쯤 해상에 그대로 둔 채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 군은 이 과정을 파악한 뒤 같은 날 오후 11시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동시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해경은 소연평도 일대를 수색했다.

당시 김 청장은 23일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씨의 사망 정황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차장 등 일부 고위 간부들과만 공유했다. 그러나 김 청장도 이씨가 북한에 의해 사살된 사실 등은 알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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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청와대-해경 정보 전달 및 수색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색을 담당한 일선 해경 직원들이 이씨가 북한에서 발견되고 피격됐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다. 해경은 국방부가 이씨의 피격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뒤인 24일 오전 11시 25분에서야 수색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씨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하고 같은 날 오후 4시 43분부터 수색을 재개했다. 한 해경 관계자는 "이씨가 북쪽 해역에서 발견된 첩보 등을 일선에서 알았다면 수색에 좀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간부들만 공유"



김 청장도 "23일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씨의 사망 정황을 전달받아서 차장 등 일부 간부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며 "첩보 등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서 간부들과만 공유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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