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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은행서 가입한 펀드, 문제 생기면 '은행장 책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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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

상품위가 심의 후 이사회 사후 보고

불완전판매시 직원들도 성과급 회수

은행권 "투자상품 판매위축 불가피"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은행권에서 펀드나 신탁, 변액보험처럼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 판매가 한층 깐깐해진다. 문제가 생기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회까지 책임을 묻게 된다.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돼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펀드나 방카 팔 때 이사회에 보고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만들었다고 28일 밝혔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테스크포스팀(TFT)을 꾸려 대안을 모색해왔다. 은행의 미흡한 내부통제와 단기 실적위주의 성과평가 문화가 DLF 사태를 불러왔다고 보고, 이를 바꾸려 모범기준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모범규준은 은행에서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펀드, 신탁, 연금,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을 포함해 비예금상품의 심의나 판매, 사후관리에 적용되는 잣대다. 안전자산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ㆍ특정금전신탁(MMT)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은행은 비예금상품 판매정책을 총괄하는 비예금상품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리스크담당과 소비자담당 임원은 물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외부 전문가도 포함한다. 위원회는 상품 투자전략, 상품구조, 손실위험성 등을 고려해 상품 판매 여부와 대상, 한도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난도 금융상품, 해외 대체펀드(기초자산 해외소재), 위험도 중간등급 이상(1~3등급) 상품 등은 위원회가 직접 심의해야 한다. 소비자보호담당 임원이나 은행이 정하는 위원이 상품판매 반대(veto)하면 판매를 보류해야 한다. 심의 결과는 CEO와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이사회가 다 파악하도록 한 것이다. DLF 같은 불량상품을 팔았다가는 CEO와 이사회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더라도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면 금감원의 소비자 배상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투자상품 판매 위축 불가피

판매 과정에서는 ‘비예금상품설명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위험 내용을 예금상품과 비교해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막연한 안내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금 비보장상품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질의응답(Q&A) 방식이 적용된다.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를 사용해 최대 손실위험을 제대로 안내하고, 전 상품에 해피콜 제도 등을 도입해 소비자 안전장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비대면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운 고난도상품은 아예 투자권유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전문성이 없는 직원도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성과지표(KPI)도 손댄다.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문화를 고치기 위해서다. 특정 비예금 상품판매 실적을 KPI에서 제외하고 고객수익률을 포함한 고객만족도 항목을 성과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직원 성과급을 회수할 수 있는 규정도 포함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합리한 관행과 절차, 미흡한 내부통제가 개선될 것”이라며 “KPI를 포함한 유인체계 재설계를 통해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문화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은행권에서는 벌써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금을 제외한 투자상품 판매 위축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고난도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 판매는 제한된 상황이다. 고난도 금융상품이란 최대 원금 손실 가능한 비율이 20%를 초과하면서 파생상품이 섞여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가 복잡한 상품을 말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펀드나 방카쉬랑스 등을 판매할 때 은행 이사회에 보고하고 일일이 비예금설명서를 작성하면 창구 판매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좋은 투자상품이 있다고 해도 소비자에게 권유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데일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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