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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실종 공무원 발견' 北 부업선, 김정은도 탔던 군부대 '밥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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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대 식량 조달 수단 '부업선'
조업 중 항로 잃고 NLL 월선도 잦아
연평도 포격부대 방문 때 김정은이 직접 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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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2013년 3월11일 백령도 타격임무를 부여받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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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5일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북한 목선 모습.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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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기 전 그를 처음 발견한 것은 부업선이었다. 북한은 지난 25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북한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부업선은 일반적으로 군부대에 등록된 어선으로 어획량 중 일정 부분을 군에 상납하고 나머지를 선원들이 분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인들의 중요한 식량 조달원인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업선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 2017년 김 위원장의 서해 최남단 무도ㆍ장재도 방어대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당의 온정 속에 마련된 부업선으로 잡은 물고기를 보시고 이만하면 섬방어대 군인들의 생활에 대해 마음이 놓인다고 하시면서 뭍에서 복무하는 군인들까지도 섬방어대 군인들을 부러워한다는데 그럴만 하겠다고 기뻐하시었다"라고 썼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 해당 군부대를 처음 방문할 당시 부업선을 직접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2013년 3월 11일 백령도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한 김 위원장은 섬을 떠나면서 고위 간부들과 함께 길이 10m가 채 안되는 허름한 목선에 올라 배웅하는 군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목선 선체에는 군부대에서 부여한 듯한 식별번호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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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북한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무도 방어대를 시찰했다. 사진은 김 1위원장이 소형 목선을 타고 북한군 부대 간부들과 대화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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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흘 전, 과거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장재도 방어대'와 '무도 영웅 방어대'를 시찰하면서도 김 위원장은 작은 목선을 이동 수단으로 이용했다. 무도는 연평도와 직선 거리로 불과 10㎞, 이번 공무원 피격 지점과도 20여㎞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북한군의 식량 자급 수단이자 선원들의 '밥줄'이기도 한 부업선은 북한 내 경제상황이 악화 일로를 걸을 수록 조업 횟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NLL에 인접한 해상에서 조업하다 항로를 잃거나 귀순을 위해 우리 영해로 들어오는 부업선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27일 밤 북한군 소속 부업선 한 척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28일 새벽 우리 군에 의해 예인됐다. 당시 길이 10m 정도의 목선에는 선원 3명이 타고 있었고 어구와 잡은 오징어 등이 실려 있었는데, 군 당국은 선체에 부착된 고유 식별번호를 근거로 북한군의 고기잡이 배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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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8일 선원 3명이 탄 북한 소형 목선(부업선)이 동해 NLL을 월선했다. 이날 예인된 북한 소형목선.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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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019년 7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월 15일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북한 목선의 입항 당시 적재품 목록.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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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6월 15일에는 북한 부업선이 강원 삼척항에 스스로 입항한 사건이 있었다. 그 보다 사흘 전 NLL을 넘어 영해에 머물렀는데도 군이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당시 국방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당시 길이 10m, 폭 2.5m의 목선에도 고유 식별번호가 있었고, 북한 주민 4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귀순이었다.

북한의 부업선은 승선 인원도 없이 반파된 상태로 떠내려 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강원 고성군 거진1리 해안가에서 선박명이 적힌 반파 목선이 발견됐고, 지난 25일 강원 고성 삼포해변 인근에선 아무런 표식이 없는 목선이 파손된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이를 모두 북한군의 부업선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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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15일 오전 6시50분 삼척항 방파제에 북한 어선이 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삼척파출소 경찰이 목선을 타고 온 북한 주민들을 조사하고 있다. 독자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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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2일 강원 고성군 거진 1리 해안가에서 북한 소형목선 1척이 발견됐다. 출동한 해양경찰특공대원들이 목선을 인양하고 있다. 고성=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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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2일 오전 강원 고성군 거진 1리 해안가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목선 내부에 적혀 있는 붉은색 표식. 목선 안에서 북한주민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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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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