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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 와중에…日 스가, 前총리 장례식에 세금 10억원 지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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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고급호텔에서 치를 예정

야당 등 “납득할 수 없는 금액 세금 쓰는 곳부터 개혁하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다음 달 17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 장례식을 위해 9600만엔(약 10억6900만원)을 지출하기로 한 데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조선일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일본에서는 유명 인사가 사망할 경우, 일정한 시간을 두고 다수의 조문객(弔問客)이 참여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르는 문화가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사망한 나카소네의 장례식은 지난 3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연기됐다.

스가 총리는 최근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1억엔에 가까운 세금을 지출, 도쿄의 고급 호텔에서 나카소네의 장례식을 내각과 자민당의 합동장(合同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경비 중에는 호텔 임차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꽃이나 장식품 등에도 적지 않은 돈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 참석 인원은 수백 명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당장 야당에서 반발이 나왔다. 입헌민주당의 렌호(蓮舫) 의원은 “내각과 자민당의 합동 장례식에 (거액의) 세금을 지출하는 것이 납득이 되느냐”고 했다. 요네야마 다카시 전 니가타현 지사도 “부모 장례비를 낼 수 없다면 자민당 총재가 되면 된다. 그러면 국가가 9000만엔을 내준다”고 비판했다. 유명 영화감독인 아이다 가즈히로는 스가가 총리가 되면서 국민에게 요구한 ‘자조(自助·스스로 돕기), 공조(共助·서로 돕기), 공조(公助·국가가 돕기)’ 개념을 걸어서 비난했다. “스가 총리나 자민당이 이런 사안은 자조, 공조(共助)하지 않고 솔선해서 공조(公助)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상에는 “이번 건은 나카소네 일족의 ‘자조’로 하길 부탁합니다” “이러한 세금의 사용법이야말로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스즈키 젠고 전 총리가 사망하자 합동장에 5500만엔을 지출했고, 2006년 하시모토 류타로, 2007년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의 장례식에도 각각 7700만엔씩 배정된 바 있다. 스가 내각은 “나카소네 전 총리의 공적이나 과거의 선례를 보고 결정했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적절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카소네 전 총리의 장례식은 간소하게 하지만 코로나 대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어서 (9600만엔은) 최소한의 경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본 경제가 위축되고 생활이 어려워진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번 사안은 자칫 스가 총리의 첫 실책으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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