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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팥죽 할머니’ 사실은 기부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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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김은숙씨

남편 유산 9억 등 40년간 12억 나눔

코오롱 ‘우정선행상’ 대상 수상

중앙일보

김은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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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 팥죽 팔아 모은 돈 12억원을 기부한 ‘팥죽 할머니’ 김은숙(81·사진)씨가 선행상 대상을 받는다.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은 28일 김씨를 제20회 우정선행상(牛汀善行賞)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회장의 호 ‘우정(牛汀)’을 딴 우정선행상은 미담 사례를 널리 알리고 격려하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김은숙씨는 1976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이라는 팥죽 집을 차려 장사하면서부터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2009년부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달 50만원을 기부했고, 해를 지나며 월 300만원까지 기부금을 늘렸다. 지난해에는 사별한 남편이 남긴 아파트도 팔아 9억원을 기부했다.

친어머니와 딸이 모두 정신질환을 앓아 힘겨웠던 김씨는 딸이 진료를 받는 서울 은평병원에 2억원을 지정 기탁했다. 형편이 어려운 성인정신질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은평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 병원 환자 65명에게 총 6500만원이 지원됐다. 김씨는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에게도 매달 두 번씩 간식 나눔 봉사를 했다.

오운문화재단은 “수입이 있다고 해도 기부하기 어렵고 남편의 유산을 전액 기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데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김씨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아픈 개인사를 비관하기보다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더 아픈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김씨의 선행은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과 귀감이 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정선행상 본상은 기부금·바자회로 모은 기금을 바탕으로 빈곤층을 지원하는 서울 중랑구 지역 자조 단체 ‘사랑의 샘터 긴급지원은행’, 29년간 보육원 아동들을 위해 의료·학습봉사를 해온 전북 익산 송헌섭(63)씨,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설립해 19년간 학교 폭력 피해자 치유에 앞장서 온 대전 유성구 조정실(62)씨에게 돌아갔다.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역 봉사를 하는 민간단체 ‘손빛회’은 2010년 제10회 우정선행상 대상에 이어 올해 다시 특별상을 받게 됐다. 특별상은 우정선행상 수상 이후에도 선행을 이어가는 역대 수상자에게 주어진다.

지난해까지 총상금 1억원이었던 우정선행상은 올해부터는 총상금을 1억5000만원으로 증액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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