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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셋방서 숨진지 20일뒤 발견된 母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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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10년전부터 정신과 치료

인지장애 딸과 둘이서 생활

집주인이 신고… 방엔 쌀 15포대

“엄마 돌연사뒤 딸은 굶어 숨진듯”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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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으로 10년 전 이혼한 50대 엄마와 인지장애가 있던 20대 딸이 셋방에서 숨진 지 20여 일 만에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28일 경남경찰청과 마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전 11시 반경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원룸 2층에서 엄마(52)와 딸(22)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모녀가 보이지 않고 악취가 난다”는 집 주인 신고를 받고 119구조대와 함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모녀의 시신을 확인했다. 당시 두 사람은 23m²가량의 좁은 방 안에 나란히 누운 상태였다. 집 안에는 20kg들이 쌀 15포대와 상당량의 음식물이 남아 있었다. 숨진 엄마는 평소 쌀을 과다하게 구입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이웃은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발견되기 20일 전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외부 침입 흔적 등의 타살 혐의가 없고, 유서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에서도 특이사항이 나타나지 않아 범죄 관련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엄마의 돌연사 후 딸의 아사(餓死)나 기타 다른 요인 등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 중이지만 정확한 사인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엄마는 10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혼하고 딸과 함께 원룸에서 생활했다. 이웃이나 외부 사람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고 일용직 노동을 해 번 돈으로 하루하루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가벼운 인지장애를 가진 딸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엄마의 아동학대(방임)로 인해 고교 졸업 때까지는 사회복지시설에 머물렀다. 당시 시설의 도움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하지만 딸은 엄마 뜻에 따라 집으로 돌아왔고 원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엄마는 2011년 8월부터 딸이 받아오던 기초생활수급 지원금 등 각종 복지 혜택을 2018년 4월 “도움 없이도 살 수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을 보호했던 시설에서는 “딸을 조금 더 보호하고 싶었으나 친모 요구가 강력해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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