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감사발표 앞두고 노골적 저항
그러나 관련 진술을 했던 감사 대상자들이 막판에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부적절한 조치는 없었다”는 쪽으로 진술을 뒤집으면서 조만간 감사를 매듭지으려던 감사원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감사원 주변에선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곱지 않게 보던 현 정권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최재형 감사원장./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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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 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지난 21~24일 감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직권 심리를 벌였다. 감사원은 이 심리를 끝으로 피감사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 달 8일쯤 감사 의결을 위한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핵심 감사 대상 5명이 직권 심리에서 그간 인정했던 사안에 대해 “감사원의 강압 조사에 따른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최 원장 발탁 당시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그랬던 여권이 최근 최 원장에 대해 전방위적 공세를 펴자 “감사팀이 현 정부 들어 이뤄진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이 부당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고 공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피감사자들이 기존 진술을 뒤집으며 ‘감사 뒤집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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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안팎에선 “피감사자들이 막판에 진술을 번복한 것이 여권이 최근 수개월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최 원장의 인척 관계까지 거론하며 압박한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향해 치닫고 있다고 판단하고 최 원장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고, 이에 보조를 맞춘 피감사자들도 감사원 감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전·현직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피감사자들이 국회가 여야 합의로 청구한 감사원 감사에 대해 최종 단계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까지 번복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를 확정하기 위한 감사위원회 회의를 애초 계획대로 다음 달 8일쯤 열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감사 대상자 상당수의 진술이 뒤집힌 상황에서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 경우 지난 4월 때와 마찬가지로 ‘감사 부실’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최 원장이 궁지에 몰린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친여(親與) 성향 단체들이 최 원장 인척이 원전 과학자인 점 등을 문제 삼아 최 원장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최 원장이 원전 감사 계획서 일부를 원전 과학자인 동서에게 유출했다”고 감사 청구서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들은 또 최 원장과 원전 감사 담당 국장 등 감사팀에 대해서도 반인권적 조사를 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야당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이번 감사로 탈원전 정책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자 헌법기관장의 인척 관계를 문제 삼으며 무리한 정치 공세를 펴는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선 어떤 결론이 나와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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