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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국민 피살된 다음날···통일부 '北마스크 지원'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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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총격으로 공무원 이모(47)씨가 사살된 다음날(23일) 통일부는 북한에 의료물자 지원을 승인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부로부터 ‘6~9월 대북 반출 승인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1일 일반 구호 차원에서 ‘영양 지원’을 승인한 데 이어 23일 오후 보건 의료 목적으로 ‘의료물자 지원’을 승인했다.

지원 물자의 세부 내역에 대해 통일부는 서면답변을 통해 “21일 오후에는 탈지 분유(우유에서 지방을 분리·제거 후 건조한 가루) 등 식량 물자 지원안을 승인했고, 23일 오후에는 마스크 등 의료 물품을 승인했다”며 “아직 둘 다 북으로 현물이 반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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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8일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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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 의원은 ‘23일 오후’라는 시점에 주목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씨가 북한군에 사살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됐는데, 이씨를 발견한 북한군은 22일 오후 9시40분 북측 해상에서 이씨를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이같은 첩보 내용은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청와대에 들어왔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23일 새벽 1시에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엔 주무부처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참석했다. 회의는 오전 2시 30분까지 진행돼 이씨가 피격당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내렸다. 서 실장과 노 실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정 의원은 “이인영 장관은 23일 새벽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 이씨의 피격 사실 등을 확실히 인지했음에도 그날 오후 북한에 대한 물자 지원 절차를 막지 않고 승인하게 내버려 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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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9월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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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에도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진행해왔다. 실제로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주도하에 개성 남북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6월 16일 당일에도 통일부는 의료물자 지원을 승인했다. 편도염, 기관지염 등에 사용하는 항생제 1억 4000만원 상당이었다. 통일부는 이를 포함해 6월에 1건, 7월 5건, 8월 5건, 9월 6건 등 대북 지원을 지속해왔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정 의원실에 서면 답변을 통해 “반출 승인은 통상 이루어지는 실무절차로 정부는 민간단체의 물자 반출 신청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남북교류협력법이 정하는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지속적으로 승인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9월 24일 군 당국의 발표로 북한에 의한 우리 국민의 피격 사실이 공개된 후 9월 중 승인된 단체들에 대해 물자 반출 절차를 중단할 것을 즉각적으로 통보했다”며 “해당 단체들이 정부 측 요청에 협력할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현재 민간단체의 물자반출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향후 북한의 태도 등 제반 여건을 보면서 민간단체 측과 향후 진행 일정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1년 통일부 예산·기금안에 따르면 올해 1조 2056억원이었던 남북협력기금은 내년엔 1조 2433억원으로 377억원 늘어난다. 돼지열병·코로나19 사태 등을 감안해 남북 보건·의료 협력 분야의 재원은 585억원에서 955억으로, 남북 공유하천 홍수 예방 분야의 기금은 6억원에서 65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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