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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국회 탄소축소 결의 10일전, 정부 '석탄화력 수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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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재석 258명 가운데 찬성 252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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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는 가뭄·홍수·폭염·한파·태풍·산불 등 재난이 증가하고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을 기후 위기로 엄중히 인식하고, 적극적 해결을 위하여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한다.”

지난 22일 국회 환노위를 거쳐 24일 본회의를 통과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의 내용이다. 당시 재석 의원 258명 가운데 252명이 결의안에 찬성했다. 결의안에는 “대한민국 국회는 국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정부와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도 여당 주도로 포함됐다.

하지만 이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열흘 전, 정부가 석탄 화력발전 수출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제21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다. 국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결의안과 배치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한·우즈벡 경협 및 무역협정 추진계획’ 등 공개 안건 3건 외에, 비공개 안건으로 석탄 화력발전수출에 대한 정부 입장 논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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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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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비공개 논의에서 기존에 추진되던 석탄 화력발전 수출은 중단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이 지난 6월 승인한 인도네시아 자와(Jawa) 9·10호기와 아직 승인되지 않은 베트남 붕앙(VungAng) 2호기의 추진이 정부 차원에서 최종 결정된 셈이다. 자와 9·10호기에는 한국전력과 중부발전·두산중공업이, 붕앙 2호기엔 한국전력과 삼성물산·두산중공업이 참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기업 살리기’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기조를 누른 셈이다.



부처 엇박자 갈등 속 비공개 안건?



이날 회의는 여러 뒷말을 낳았다.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이례적으로 모두 불참했다. 반면 수출에 적극적이었던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은 전원 참석했다. 유관 부처라 할 수 있는 외교부에선 강경화 장관 대신 이태호 2차관이 참석했다.

특히 성 장관과 조 장관의 엇박자는 이후 국회 출석 답변에서도 계속됐다. 정부의 이후 석탄 화력 수출 계획을 묻는 말에 성 장관은 “현재보다 대폭 강화되고 엄격화된 여건 하에서 해외 석탄발전 수출에 대한 지원을 신중히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지난 18일, 국회 산자중기위)고 했지만, 조 장관은 “원칙적인 중단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 (베트남) 붕앙2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새로운 해외석탄발전사업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 게 정부의 입장”(지난 22일, 국회 환노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제적 관심이 높은 이슈가 비공개 의제로 다뤄진 것 자체가 정부의 난맥상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베트남 붕앙 2호기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도 공개 반대해 국제 사회의 우려가 큰 사업”이라며 “사업법인 지분 40%를 보유한 중화전력공사도 지난해 12월 탈탄소 선언과 함께 이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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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안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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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우리나라의 개발도상국 석탄 화력발전 지원을 국제 사회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상황에서 정부는 결정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며 “이런 사안을 관계 장관끼리 모여 비공개 안건으로 처리하는 태도는 ‘그린 뉴딜’을 앞세운 정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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