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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500일 배터리전쟁, 더 갈까 멈출까…ITC 예상 판결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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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김성은 기자] [편집자주] 2025년 180조원 시장으로 연평균 25%씩 커질 전망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그러나 한국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세기의 전쟁'으로 불리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한창이다. 500일 넘게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여온 이 소송은 내달 2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첫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업계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번 소송의 예상 시나리오와 의미를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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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이제 500일을 넘기며 1라운드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내달 2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다시 지난한 법정 싸움으로 이어갈 지, ITC 판결을 앞두고 양사가 극적 합의에 도달할 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는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기했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오는 26일(미국 시간) 내릴 예정이다. 이 판결은 당초 10월5일에서 다시 3주 연기됐다. ITC는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양사의 첨예한 대립으로 ITC 고민도 그만큼 깊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소송이 제기된 지 518일(2019년 4월30일~2020년 9월28일)이 흘렀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양사는 국내외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포함해 각종 민·형사 소송을 주고 받으며 크게 부딪쳤다.

올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이메일 삭제 등 증거훼손을 이유로 들어 LG화학에 예비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 예비 판결에 불복해 재판부에 재검토 요청을 신청했고, ITC는 5명 위원의 만장일치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ITC는 이의제기 신청에 대해 위원 단 1명이라도 이를 수용하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최종 판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업계에서 예상되는 ITC 최종판결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첫째, ITC가 지난 2월 예비판정을 고스란히 인용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SK이노베이션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수입금지 조치가 공익에 반한다고 여겨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미국에서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를 팔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방법이 없진 않다. SK이노베이션은 곧바로 연방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입금지 영향은 계속 된다. 단 패소 이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합의한다면 수입금지는 다시 철회될 수 있다.

두번째로 지난 2월 예비판정에 대해 ITC의 '수정(Remand)' 지시가 나올 수 있다. 이는 사실상 LG화학의 패소로 비춰질 수 있다. 그동안 LG화학은 ITC의 재검토(Review)는 통상적인 절차로 뒤바뀐 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온데다 내용적으로는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예비판결이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럴 경우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다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만약 ITC가 수정 지시를 한다면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판단을 명확히 내리기 힘든 이유일 수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135페이지 분량의 ITC의 예비 판결문은 상당 부분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했는지, 포렌식(증거물 분석) 명령 위반에 따라 법정 모독을 했는지, 증거보존 의무가 생겨난 시점을 언제부터로 볼 것인지 등에 집중했다.

당시 ITC는 "훼손된 증거가 LG화학이 주장했던 영업비밀의 거의 모든 측면에 직접 관련 있거나 적어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영업비밀 침해의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적시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ITC는 전면 재검토 결정시 어떤 증거가 어떻게 파괴됐는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LG화학은 이로 인해 어떤 경제적 피해를 입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시나리오는 ITC가 2월 예비판정을 인용하되 공익과 연관된 부분은 별도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ITC는 이를 위해 미국 주 정부, 시 정부, 협력사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는 '공청회(Public Hearing)'를 열 것으로 보인다. 즉 이들의 의견을 들은 뒤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ITC가 공익을 비롯해 다른 부분은 연방법원 결정에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미 ITC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양사의 고객사라 할 수 있는 GM, 폭스바겐, 포드 등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양사 소송의 결과에 따라 이들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로이터는 7월 "한국 라이벌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더 큰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며 "미국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압박은 양사 소송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ITC의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양사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공통적인 고민도 따른다. 이미 미국 로펌들에 들어간 막대한 소송 비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현재까지 쓴 소송 비용만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LG화학은 글로벌 로펌 피쉬앤드리차드슨, 덴튼스, 레이섬앤드왓킨스 등을 세 곳을 법률대리인으로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앤드벌링 한 곳을 파트너로 뒀다.

양사의 최고경영진이 1년 넘게 경영에 온 힘을 쏟지 못한 것이나 일부 인력들이 소송에 매달리며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한 것 등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떤 시나리오가 나오든 연방법원 항소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통상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지금까지 들인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소송 출혈이 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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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7up@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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