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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민 죽는데 새벽 보고 못하나" 與, 대통령 보고 절차 발언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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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와 대한민국 풀체인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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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A 씨 총살 사건과 관련해 여권 인사들의 발언을 둘러싼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새벽 시간대 보고는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 이를 둘러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국민이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데 보고 절차 등을 따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28일) MBC 라디오 인터뷰서 지난 23일 새벽 청와대에서 관계 장관들이 회의하고 A 씨 피살 사실을 즉각 문 대통령에 보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새벽 2시 반에 보고했을 때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밤 10시 첩보를 입수했는데 왜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첩보가 의미있는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점검 후 보고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UN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 대한 국민의힘 비판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 녹화해 UN으로 보낸 연설"이라며 "이걸 어떻게 고치라는 건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도에 국민 한 사람이 금강산에서 피격당한 사실을 보고 받은 직후 국회 개원연설에서 남북한 전면 대화 제의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5년 목함지뢰사건 이튿날 DMZ 회의에 참석해 강강수월래를 불렀다"며 "두 분 전 대통령이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국정운영 전체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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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6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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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같은 당 설훈 의원도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한 데 대해 "(보고를) 안 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두둔했다.


설 의원은 이날 오후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NSC)가 있고 아닌 게 있다"며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관계 장관들이 NSC 회의를 했는데 꼭 거기에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걸 새벽에 주무시는데 '이런 사안입니다' 하고 보고할 내용인가"라며 "전투가 붙었나. 교전 상태도 아닌데 대통령을 새벽 3시에 깨워서 보고한단 말인가. 그런 보고가 세상에 어디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의힘이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사건과 비교하며 문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하는 데 대해서도 "이건 아니다"며 "북한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알았는데 무슨 재간이 있어서 그걸 구출하겠나. 구출할 방법은 전투해서 데려오는 수밖에 없다. 구출 안 했다고 타박하면 그거야말로 억지"라고 비판했다.


설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지문 사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설 의원은 "지금까지 6·25 전쟁 이후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쪽에 대해서 사과한 사례가 없다"며 "전 세계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놀랐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내용을 봐도 진실한 게 아니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 두 번이나 걸쳐서 잘못된 것이다, 미안하다, 이렇게 돼 있다"며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그걸 의미 없다고 한다면 그건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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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사망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47)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6일 오전 인천시 연평도에서 전남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이날 이른 아침 무궁화10호가 출발 전 연평도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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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평가야 정확히 여야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경우엔 냉정하고 정확하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정확히 있는 사실들을 보고, 북한이 잘못한 부분은 잘못했다고 얘기하고 잘못하지 않은 부분은 그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 위상이 살아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여당 인사들의 이른바 대통령 새벽 보고 불필요 취지 주장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우리 국민이 위기 상황에 있는데, 보고 절차 등을 거론하는 것은 국민 정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새벽에 보고하느냐 마느냐를 운운하는 것은 보고 절차가 목숨보다 더 위에 있는 것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당선시키고 여러 권한을 위임한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새벽 보고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너무 당당하게 마치 아무 일 아닌 듯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새벽에 보고하여 우리 국민을 구할 수 있었다면 또 얘기는 어떻게 되는가, 너무 한심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면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라며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며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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