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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하루 50만배럴 원유공급 위협하는 '카스피해 국가'의 무력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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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이틀째 교전으로 최소 55명 숨져

1994년 이래로 최대 규모라는 관측 나와

전문가 "일단, 에너지 시장 영향은 제한적"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데다 석유와 천연가스 송유관이 흘러가는 이곳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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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국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7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자들과 아제르바이잔군이 충돌이 빚어지면서 아제르바이잔의 군용 차량들이 파괴되고 있는 동영상의 캡처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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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이틀째 교전을 벌였다. 이날 최소 5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군인 이외에도 민간인 피해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상자 규모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외신들은 추산했다. 양측은 중포와 로켓을 동원한 포격전을 벌였다. 예전에도 교전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수위가 다르다는 것이 외신들이 평가다. 한 외신은 1994년 이래로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원래 소련으로 독립했을 당시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하지만 이 지역은 아르메니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던 탓에 분쟁지역이었다. 결국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고, 1994년 휴전에 들어간 뒤 이 지역은 아르메니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화국으로 됐다. 하지만 평화협정 등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이곳 일대를 두고 여러차례 무력 충돌을 벌였다. 더욱이 이번에는 터키의 지원을 받던 시리아 무장 병력이 전투에 참여했다는 소식 등도 전해지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숙적 관계인 양국의 무력 충돌은 인명 피해는 물론 국제 에너지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교전이 벌어지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과 이 지역 일대를 경유하는 석유, 천연가스 송유관 등은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전투 피해는 아직 없다.


아제르바이잔은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1%가량을 생산해왔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120만배럴까지 가능하지만, 현재는 5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의 석유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를 시작해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 제이한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통해 전체 생산된 석유의 80%가 수출된다. 이외에도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를 경유한 송유관, 철도 등을 이용해서도 원유를 수출해왔다. 이외에도 아제르바이잔은 샤데니즈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유럽과 터키 등에 수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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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국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7일(현지시간) 무력 충돌이 빚어지는 와중에서 아르메니아 탱크들 가운데 일부가 파손된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의 캡처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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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관련 정보업체 오일엑스는 보고서를 통해 "이 지역은 석유와 천연가스 주요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곳"이라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상황을 두고서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이긴 하지만 에너지 시장이 동요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의 전투가 전면전보다는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국한되면서 유정이나 송유관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고르 유시코프 러시아 국영 에너지안보펀드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석유나 천연가스 송유관이 파손되는 일은 양측 사이에 전면적으로 벌어져야 가능하다"면서 "양측 사이의 교전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국한되는 한 송유관이 파손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소재의 NBD 뱅크의 에드워드 벨 선임이사는 에너지 시장이 지정학적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전세계 도처에 에너지 생산 규모나 재고 등을 고려하면 아제르바이잔 일대의 원유 생산이나 파이프라인 손상 등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전세계 에너지 수요가 줄어든 탓에, 에너지 시장이 남캅카스 일대의 지정학적인 변수만으로는 흔들리기 어렵다고 내다본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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