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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불지르면 왕이가 가서 불끈다…요즘 중국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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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는 신냉전, 인도와는 무력 충돌

유럽·일본과도 인권·영유권 문제로 소원

'늑대(戰狼)외교'로 아세안과도 멀어져

배경엔 ‘반중 전선’ 불 지피는 미국

중국은 수세적인 소방 외교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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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명보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해외 방문에 나선다면 한국이 제일 유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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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가 사방이 온통 적인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베이징 외교가에서 돌고 있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중국 공산당 반대’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이 불을 끄는 소방(消防)외교에 급급한 상태라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10월 한국 방문 추진도 소방외교의 일환으로 읽힌다. 10월 초 먼저 방한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반중 전선’ 동참이라는 불을 지피고 가면, 왕이 국무위원이 곧바로 소화기를 들고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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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특히 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중국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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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중국 외교



‘중국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세계 최강 미국과의 관계는 신냉전 상태로, 파탄 일보 직전이다. 인구 대국 인도와는 6월부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무력충돌 상황에 가깝다. 중국이 공을 들인 유럽과 일본도 등을 돌리고 있다.

샤를 미셀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지난 25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럽은 중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운을 뗀 뒤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와 신장(新疆)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인권 침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한동안 훈풍이 불던 일본과의 관계는 지난 4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일이 취소되며 역풍을 맞았다. 중·일 간 영유권 분쟁을 빚는 센카쿠(尖閣, 중국명 釣魚島) 열도 해역에서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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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0월 중으로 일본을 찾아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중일 관계는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취소 이후 점차 멀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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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7개월 516일 동안 227차례나 문제의 해역에 진입했다. 한데 2019년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17개월 519일 동안엔 무려 456차례나 들어갔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중·일 긴장이 높아진 건 자명하다. 중국과 아세안 관계도 편치 않다. SCMP는 26일 보도에서 늑대처럼 거친 중국의 전랑(戰狼)외교가 아세안 국가들을 점차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합류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가장 큰 정성을 들인 러시아와의 관계가 미묘해지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양국은 겉으론 우정을 과시하지만 지난 6월 중·인 충돌 이후 러시아가 인도에 전투기 판매를 확대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인터넷 공간엔 “적과 싸우고 있는데 친구가 적에게 칼을 건네면 어떻게 되나”란 글이 올랐다. 러시아를 비판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최신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인 S-400의 판매를 중국엔 미루면서 인도엔 서두르려 해 중국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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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6월 중국과 인도 충돌 이후 인도에 전투기 판매를 확대하면서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을 낳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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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불 끄기 소방외교



중국 외교는 왜 사면초가에 빠졌나. 중국 주위 곳곳에 불이 났기 때문이다. 불은 누가 지피나. 미국이며 그 행동대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중국 공산당’ 반대의 불을 지피고 있다.

폼페이오는 유럽연합과 협력해 중국을 포위하는 ‘범 대서양 연맹’을 꾀하고 있다. 지난 7~8월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영국, 덴마크 등 6개국을 돌며 중국 공산당 반대 주장을 노골적으로 펼쳤다. 화웨이(華爲) 등 중국 5G 기업 비판도 잊지 않았다.

효과가 있어 체코의 밀로스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이 지난 8월 말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격분시켰다. 중국은 왕이 국무위원과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잇달아 유럽에 보내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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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유럽과는 ‘범 대서양 연맹’ 구축을 꾀하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 호주 등과 함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를 추진 중이다.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폼페이오는 10월 초엔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한다. 이번 순방에서 미국이 일본과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추진하는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반중국 경제동맹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도 추진 중이다. 그러자 중국도 10월 중으로 왕이를 한국과 일본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봉쇄에 맞서는 대항 외교를 펼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소방외교 배경엔 제3국의 행보가 미·중 대결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중국이 인식이 깔렸다. 중국의 고위 외교관 출신인 푸잉(傅瑩)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주임은 “중·미 대결에서 누가 유럽과 러시아, 일본, 아세안 등 제3국의 지지를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지지 여부가 미·중의 다음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근 양상은 미국이 먼저 세계 각국에 “미국 편에 서서 중국에 반대하라”고 외치며 공세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면 중국은 “적어도 중국을 지지하지는 않을지언정 미국 편에는 서지 말라”는 수세적인 외교에 급급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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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위 외교관 출신인 푸잉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주임은 ’중미 힘 겨루기와 관련해 제3국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중 모두 제3국의 지지 획득을 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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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 외교의 돌파구?



미국이 세계적인 반중 전선을 구축 중인 가운데 중국은 한국을 미국의 봉쇄를 뚫을 중요한 돌파구로 여기는 측면이 있다. 지난 8월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파견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또다시 왕이 외교부장을 보내려는 이유다.

지난 26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우리는 쿼드 가입을 초청받지 않았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말을 재빨리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환구시보는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에 가입할 뜻이 없다’로 제목을 뽑았다.

한국이 미국에 동조해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중국은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웃 국가들과의 대대적인 수교 작전에 돌입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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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유럽 순방에 나선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프랑스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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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 수교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중국은 이번에도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약한 고리'로 간주해 한국에 대한 대대적인 외교 공세를 펼칠 수 있다.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카드가 그중 하나다.

지난 24일 홍콩 명보(明報)는 시 주석이 올해 방문할 수 있는 외국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유력하게 꼽았다. 시 주석은 1월 초 미얀마를 다녀온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4월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

시 주석은 11월로 예정된 말레이시아에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 국가(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들 회의는 모두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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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 8월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보는 시 주석이 방문하려면 중국과 관계가 밀접하고 코로나 상황이 안정돼 있으며 시 주석의 방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중 수교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된다면 이를 미국의 대중 봉쇄를 뚫는 계기로 삼고 싶어 할 것이다. 반면 한국은 미·중 간 전략적 대결 사이에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비상한 외교적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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