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한국 떠나지 않았던 강동희 감독, 그의 못다한 말(영상)[SS이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심적 충격이 2층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라 하늘 꼭대기에서 땅으로 추락하는 충격이었습니다.”

강동희(54) 전 감독은 한국 농구의 ‘레전드’였다.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한순간의 잘못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다. 강 감독은 “살면서 가장 힘들었다.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죽을 때까지 못떨쳐낼거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상…”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판결로 강 감독은 지난 2013년에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코트의 슈퍼스타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 프로의 세계를 떠난 강 감독은 유소년 농구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부정방지 교육강사로도 나서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봉사의 길을 선택했다.

스포츠서울

강동희 전 감독. 인천|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강 감독은 재능기부를 하는 것에 대해 “속죄다. 내 마음에 죄스러움이 있다.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평생 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평생’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강 감독은 농구선수로는 크지 않은 신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큰 선수를 이겨내는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강 감독이 어린 꿈나무에게 전수하는 내용도 기술적 노하우다. 특히 포지션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강 감독은 “어린 시절엔 포지션을 세분화해서 가드는 가드만, 센터는 센터만 해선 안된다. ‘너는 리바운드만 해, 너는 득점만, 너는 운반만 해’라고 하면 당장 성적은 나겠지만 고교 이후엔 바보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농구를 전체적으로 접하면 조금 늦더라도 대기만성의 가능성이 열린다. 강 감독은 자폐아와 장애인 선수도 지도한다. 산골 오지의 학교에서도 꾸준히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강 감독은 지난 2016년부터 선수와 감독, 심판을 대상으로 부정방지 교육강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살아가던 그가 강단에 서는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용기를 냈다. 한 순간의 잘못이 인생을 망치는 올가미가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스포츠서울

강동희 전 감독. 인천|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돌아보면 강 감독 스스로 억울한 면도 있다. 주변에서도 “누구나 실수한다.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도 한다. 그러나 강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강의할 때도 ‘누구나 실수를 한다’라는 말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강동희라는 사람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안되는 위치였다. 공인이었고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라고 했다. 변명 대신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은 것.

해외진출을 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지도자 제의가 들어왔지만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 강 감독은 “이곳을 떠난다고 해서 내게 붙은 꼬리표가 떨어지겠나”라고 반문하며 “제의는 고맙지만 내 양심상 용납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용서받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수감생활 동안 나를 지탱해준 가족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강 감독은 오랜 침묵을 깨고 얼마전에 TV지상파 방송에 출현했다. 허재 감독이 “평생 숨어있을 거냐”며 그를 수면밖으로 끄집어냈다. 다시 돌을 맞을 각오로 카메라 앞에 섰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방송 이후의 반응은 두려웠지만, 돌을 던지면 10년이든 20년 이든 죽을때까지 맞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방송에서 못다한 말이 있다고 했다. 강 감독은 “진짜 죄송한 건 팬들이다. 그분들께 사죄드린다. 지인들에겐 방송을 통해 사과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kenny@sportsseoul.com


영상편집 | 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