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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낸 보험료 125배 돌려 받는다?… 보험설계사·캐디 등 '특고' 실업급여, 시행 전부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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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전국 특수고용형태(특고) 근로종사자 약 50만명에 대해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당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득이 낮은 특고 종사자는 실제 납부한 보험료의 최대 125배에 달하는 실업급여액을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형적인 임금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부담하는 보험료보다 지나치게 많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다른 종사자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평균 임금 근로자와 1인 자영업자, 특고 종사자의 ‘납입 보험료 대비 수급 가능 실업급여액’을 추산한 결과 특고 종사자가 낸 보험료 대비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수급액 배율은 25배였다.

예를 들어 월 233만원(금융·보험업 기준보수)을 버는 보험설계사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소득의 0.8%(1만8656원)를 12개월 동안 내야 하는데, 이때 총 보험료는 22만3869원이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춘 이 설계사가 12개월 일하고 일을 그만뒀다면 해당 설계사는 120일 동안 하루 4만6600원(보험업 기준보수×60%)씩 총 559만원을 받을 수 있다. 낸 보험료 대비 수급액 배율은 25배다.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감소 요인으로 이직하거나 직장을 잃은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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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부가 소득이 낮은 특고 종사자의 보험료를 최대 80%까지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저소득 특고 종사자가 실제 부담한 보험료 대비 받는 실업급여 수급액 배율은 최대 125배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월소득 220만원 이하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에 대해 보험료의 80%를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인데, 지원 대상은 특고 종사자 43만명, 예술인 3만5000명에 이른다.

반면 월 182만원을 버는 1인 자영업자가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내야 하는 최소 보험료는 43만4800원이다. 보험료율 2.0%를 적용받고,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보험료 절반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자영업자가 낸 보험료 대비 받는 실업급여 수급액 배율은 최대 20배다. 평균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보험료 19만3256원을 내고 792만원(하루 상한액 6만6000원)을 받게 된다. 평균 임금 근로자의 수급액 배율은 41배다.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부담한다. 보험료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지만,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예술인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감안하면 임금 근로자와 같은 0.8%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재계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이 추진되면 고용보험 재정적자 폭이 확대되고 사업주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임금근로자와 실업급여 계정 분리, 임의가입 방식 적용, 특고 보험료 부담비율 합리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고 당사자들도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보험 의무 가입에 반대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다. 한경연이 이달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2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63%가 고용보험 의무 가입에 반대했다. 이들은 특고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하면 사업주 부담이 늘어나 신규 채용이 감소하는 등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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