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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통지문 거짓말…정부는 그날 '40분 진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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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정장, 사살명령 되물은 내용 등

사령부와 통신 내역 실시간 파악

북, 25일 통지문선 “정장의 결심”

국방부 “첩보에 사살 언급 없었다”

북 통지문선 월북 언급 일절 없어

중앙일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5일 오전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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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에서 북한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가 피격될 당시(지난 22일) 북한군이 급박하게 주고받은 내부 보고 상황을 우리 군이 감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이씨 사살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한 군과 정부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군은 이씨가 북측 선박에 발견된 22일 오후 3시30분쯤부터 감청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후 9시가 넘어 북한 해군사령부에서 이씨 사살 명령이 하달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씨를 발견한 북한 경비정이) 상부에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런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사격을 해라’ 그래서 고속단정이 와서 사격을 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군 대위급 정장이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는 주장도 언론을 통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정보위의 한 관계자는 “사살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북한 경비정이) 헷갈려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비슷한 유의 대화가 오간 건 맞다”고 전했다. 다만 민 위원장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 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 따라서 ‘사살’이라는 내용으로 유관기관과 즉시 공유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국방부는 “다만, 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 분석해 추후에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군은 22일 오후 9시40분 북한군 경비정이 이씨를 사살한 뒤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위 한 관계자는 “사살 이전에 우리 군이 유엔 등을 통해 송환 요청은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군의 감청이 사실상 공개되면서 “조각 정보이기 때문에 첩보의 확인이 필요했다”(이인영 통일부 장관)거나 “전화통화하듯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청와대 강민석 대변인)는 정부와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지난 25일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의 내용 역시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돼 정장의 결심 밑에 행동준칙에 따라 사격했다”는 주장은 북한군의 상부 보고와 배치된다.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한 해양경철청과 군은 이씨가 월북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혀 북측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 주장을 사실상 부정했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방위에 나와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했다.

해경 “월북 맞다” 수사 결과 발표, 피격 공무원의 형 “정부가 월북으로 몰아가”

중앙일보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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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북한이 “사격 후 접근해 확인수색을 했지만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부유물만 태웠다”고 통지한 것과 관련, “국방부가 감청을 통해 ‘연유(燃油)를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금 여권의 행태가 북한이 전통문을 통해 했다는 사과의 진정성만 믿고 싶지, 실체적 사실과 그 내용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고 관심도 없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비극적 사건을 이용해 냉전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북측이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의지한 채 30㎞가 넘는 거리를 헤엄쳐 월북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다.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당시 파고와 수온, 이씨의 건강 상태와 수영 실력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장시간 수영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구명조끼 등을 착용했다면 이동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또 이씨가 3억3000만원의 채무가 있었으며 이 중 인터넷 도박으로 인한 빚이 2억6800만원 정도라고 공개했다. 실종 직전에는 자신의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이씨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채무가 발생하고 이자가 연체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단순히 채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국방부의 자료에선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도 있어 월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의 형인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동생이 월북했다고 단정하며 엄청난 범죄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한영익·최모란·심석용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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