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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北사령부 사살 지시… 현장지휘관 “정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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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서 지시해놓고… ‘정장이 했다’는 北통지문 거짓으로 드러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를 사살·소각한 북한 단속정 정장(艇長)이 북 해군사령부의 지시를 받고 총격을 가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우리 군이 북한 군 통신을 감청한 바에 따르면 북 단속정 정장은 사살 지시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이를 해군사령부에 되물었다. 정장 역시 이씨 사살 지시를 뜻밖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정장의 결심으로 이씨에게 사격을 가했다”는 북한 통지문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씨 사살이 북한군 수뇌부 지시로 이뤄졌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북한 통지문 주장이 상당 부분 거짓인데, 정부가 ‘사과’만 부각하며 두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2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고속단정을 타고 해상 정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해병대 고속단정 뒤로 북한의 등산곶과 중국 어선이 희미하게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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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이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북한군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 이 과정에서 군은 오후 9시쯤부터 단속정장과 북한 해군사령부 사이의 급박한 무선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 해군사령부는 이씨를 사살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고, 정장은 “사살하라고요?”라며 명령 내용을 재차 되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방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오고 그 지시를 한두 번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정장이 계급이 높지 않을 테니까 재차 확인했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 단속정은 주로 대위가 정장을 맡는다. 우리 군 계급으로도 해군 대위다. 북한은 정장이 알아서 판단해 이씨를 사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우리 군이 감청한 내용과 상반된다. 이씨 시신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감청 내용에 따르면 북한 측은 “(시신에) 연유(燃油·휘발유)를 발라 태우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무선 감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북 해군사령관의 사살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보다 윗선과 의견을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는 “(감청) 첩보에 ‘사살’이란 말은 없었다”고도 했다. 야당은 “북한 주장이 속속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김정은이 아니면 누가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북한군이) 연유를 발라서 시신을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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