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中 유학생이 물었다, "추석 음식을 왜 여자가 해요?"[관심집中]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머니투데이

중국의 한 제삿상. 가운데 월병이 놓여 있다. / 사진 = 바이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추석 제사 음식요? 여자가 왜 해요?"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A씨(23·여)는 한국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문화로 '추석 제사'를 꼽는다. 인터넷이나 TV 등에서 제사 음식 준비에 분주한 여성들을 접할 때마다 '남성들은 뭐 하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A씨는 아버지가 사당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어 제사에는 익숙하다면서 한국의 제사 문화는 중국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유교의 발상지 중국에서도 '독박 제사'는 기피 1순위라는 의미다.


제사는 간소하게, 음식은 남자가…'본고장' 중국의 추석 나기


머니투데이

상하이의 구춘 공원에서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고대 중추절 제사 풍습을 재현하고 있다. / 사진 = 중국인민라디오(CN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내 추자현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은 중국 연예인 '우블리'(우효광)는 남편의 미덕으로 통한다. 거친 남성을 뜻하는 '따난런쭈의'보다 따뜻한 '원놘난'들이 중국 여성의 이상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중추절)은 '우블리'들의 주 무대다. '우블리'들은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친척들 앞에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며, 여성들은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아이들을 돌본다.

중국 내에서 추석이 '2등 명절'인 것도 제사 부담을 줄인다. 음력으로 8월 15일인 추석은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양력 10월 1일)과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국경절 휴가가 무려 7일이나 돼 추석이 큰 명절이라는 체감이 쉬이 들지 않는다.

때문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많고, 지내더라도 가족들이 평소에 즐겨 먹는 음식 중 일부를 덜어 간편하게 지낸다. 절은 한 번 하고 끝내며, 그마저도 번거로울 경우에는 인근 가게에서 사 온 음식을 올리고 음료수로 제주(제사용 술)를 대신하기도 한다.

제사가 열리면 남녀 구별 없이 모두 제삿상에 술잔을 올리며, 우리나라의 송편과 비슷한 음식인 월병을 만들어 먹으며 달 구경을 하는 것이 추석 행사의 끝이다. 수십인분의 음식을 홀로 만들거나 제삿상에 남자들만 참여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42)는 "어릴 때부터 제삿날이 다가오면 음식은 할아버지나 삼촌들이 만드셨고 어머니와 숙모들은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셨다"며 "제사를 안 지내는 사람도 많지만, 지내더라도 음식은 남자가 한다"고 귀띔했다.


우리도 명문가는 남자가 지낸다…'독박 제사'는 그만





머니투데이

지난 설날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게시글 일부를 편집한 캡쳐. 사진은 조선 숙종 당시 소론의 당수이자 성리학자인 명재 윤증선생의 종가의 차례상으로 확인됐다. 2020.01.24.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제사 음식이 여성의 몫인 사람들이 있다. 중국 동포들이다. 젊은 층에서는 중국식으로 제사를 간소화하고 남성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가정이 늘고 있으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여성들이 음식을 준비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동포협회 관계자는 "중국 내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조선족(중국 동포)은 중국에 있건 한국에 있건 음식을 많이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며 "40대 이상의 동포들이면 대부분 여성이 음식을 준비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도 상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여성들에게 음식을 차리게 하고, 남성들만 제사를 지내는 것은 잘못된 문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 시대에도 명문가일수록 음식을 간소하게 차리고 여성들도 제사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이다.

지난 설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파평 윤씨 명재 윤증선생의 종가 차례상도 같은 맥락이다. 이 차례상 사진에는 차와 물김치, 대추, 밤, 백설기 등 떡과 과일 몇 점만이 올라왔으며, 작성자는 "간소한 것이 제대로 된 양반가 차례상"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학 연구기관 성균관 관계자도 "명문가 집안에서는 남자가 시장에 가 제수를 사오고, 음식도 올리고 과일도 깎는다"며 "음식을 많이 차리고 여자들만 일을 한다고 해서 조상이 기뻐하시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