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軍, '北사살명령' 실시간으로 파악하고도 무대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첩보 분석하느라 시간 걸렸다"
기존 입장과 배치돼 논란 확산
국방부 "첩보 재분석 착수"
여야, 월북 여부 등 놓고 공방


파이낸셜뉴스

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맞고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전남 목포항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소각되는 과정을 우리 군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여러 첩보를 취합해 분석하는 과정에 시간이 소요됐다는 기존 군의 입장과 배치된 것으로, 우리 군이 당시 북한군의 보고와 지시받는 과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놓고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일단 국방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첩보 재분석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재분석이란 여러 의혹이 남는 쟁점을 다시 점검해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을 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해양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軍, 상황 실시간 지켜봤다

정보위에 따르면 당시 북한군 대위급 정장이 A씨에 대한 사살 여부를 확인하는 대화를 군 당국은 실시간 감청으로 확실하게 파악했다.

한 정보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감청이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해당 공무원을 사살하려던 당시 상황과 진행과정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했다"며 "당시 군 당국에서도 스텝이 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북한군 간 교신 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군 정장이 상부에 사실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고, 막판에 상부에서 사살 명령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이 위원은 "정보자산 분석결과, 상부에 발견해 보고하고 사살 명령에 따라 사살했고 불태웠다고 했다"며 "사살하라는 말을 들은 것인지, 죽이라는 말을 들은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 정부가 당시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분석해 추후에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북한은 통지문을 통해 A씨에 대해 밝힌 내용들 대부분이 허위라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군 당국은 북한군이 A씨를 사살한 뒤 시신도 불태웠다고 판단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보고에 맞춰 군과 해경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군의 월북 의사와 시신 훼손에 대한 기존 판단은 변화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희들이 따로 그 이후로 다른 말씀을 드린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지난 24일 브리핑 당시, 다양한 첩보를 정밀분석한 결과 북한군이 A씨에게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 월북 여부에 대해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브리핑에서 "본청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했다"며 "A씨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해경은 A씨의 사망 사실은 확인했지만 시신 훼손 정도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공방 넘어 정쟁으로 확전

대한민국 정치권에선 공방이 A씨의 월북 여부를 넘어 북한이 A씨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논란까지 쟁점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북한의 우리 국민 살해 만행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A씨의 월북 여부에 대해 "국방부는 결정적 물증 없이 가설에 불과한 것을 사실이라 단정한 과잉의 오류를 범했다"며 "배 위에 놓인 신발은 월북의 증거가 아니라고 국방부가 인정했고, 구명조끼는 평소에 입었을 수도 있다. 부유물은 명확히 실체는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하 의원은 북한군의 우리 국민에 대한 대응을 놓고 "개돼지 취급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하 의원은 "물속에서 밧줄로 묶어서 몇시간 동안 끌고다닌 것"이라며 "놓치니 강아지처럼 잡아서 심문하는, 정말 야만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한·미 첩보를 종합한 결과를 근거로 A씨가 월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피격 사망 공무원을 놓고 여당과 군의 입장차도 감지된다.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특별정보(SI)에 의해 (북한이) 시신을 불태웠다고 확인했다고 보고했다"며 "연유를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우리가 확인했다고 국방부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이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여당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주장한 주 원내대표는 감청 등의 정보를 근거로 반박에 나섰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주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