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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박호재의 왜들 그러세요?] 이낙연과 이재명, 희망과 대안 사이에서 '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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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당 정책에 대해 조금씩 엇박자를 내면서 물밑에서 미묘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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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복서와 인 파이터의 접전 양상…저물어가는 2021년 시류가 대세 가를 듯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이재명 경기 지사의 대선주자 적합도 지지율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이낙연 당 대표와 박빙의 다툼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로선 긴장할 만한 국면이다. 당장의 기세 때문만은 아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한 단호한 발언 때문에 그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던 이 지사의 지지율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대선 분위기가 뜨며 안정된 지지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증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경수 지사 등 후보군이 양강 구도를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재로선 끼어들 틈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지지자들의 여론이 양분되는 국면까지 이르며 장거리 경주에서 이미 선두 군이 형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로선 달갑잖은 일이겠지만 지켜보는 관전자들의 입장에선 유난히 흥미로운 경선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 파이터와 아웃 복서의 복싱 경기를 관전하듯, 정치적 캐릭터가 뚜렷이 다른 두 주자의 경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의 접촉면이 없을 정도로 두 주자의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도 서로 많이 달라 보인다.

이 지사가 대출 이자 10% 제한을 주장했을 때, 가까운 지인 한 분이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 예보를 접한 것처럼 희망을 품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운영하다 큰 빚을 지고 파산한 지인은 개인 사업체에서 박봉을 받으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처지였다.

그나마 박봉의 절반을 대부업체의 고리를 감당하는데 떼 내줘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도덕적 해이’ 같은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는 ‘개나 줘버려라’ 식이었을 것이다. 어떻든 그에게 있어서 이재명은 희망이다. 내친 김에 이 지사는 10% 금리를 감당 못하는 경우 국가가 상환하는 국민 기본대출까지 치고 나간 상황이다. 지인의 입장에서 희망이 배가됐을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여론의 추이를 읽어내고 저울추를 어디에 둬야 할지를 판단하는 감각이 탁월한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균형감과 안정감이 그의 정치적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결코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으며, 국민통합을 해치는 갈등이 빚어질 때면 양측에 한 발씩을 두고 시소의 중심을 찾는다.

조국 사태,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여권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난감한 문제들이 불거졌을 때도 이 대표는 진영논리의 거친 돌출을 경계하고 야권의 문제제기를 상식선에서 수용하면서, 우군으로부터 큰 욕을 먹지 않고 야권 공세의 표적이 되지 않는 정치적 지혜를 발휘해왔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친노‧친문 세력의 당파적 행태가 자초하는 뺄셈의 정치를 우려하는 여권 지지자들에게 정권 재창출의 안정감 있는 대안으로 다가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는 희망과 대안의 양날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복합체이다. 이 때문에 성향이 차별화되는 두 대권 주자를 지켜보는 여권 지지자들의 입장은 희망과 대안사이에서 어떤 선택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선택은 대선 국면에 드리워진 유‧불리의 정치적 환경을 고려한 지지자들의 전략적 결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문득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전야가 떠오른다. 당시 노 후보는 새 시대 희망의 강렬한 아이콘이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여권 내부의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노 후보 자신과는 한 치의 닮은 점도 찾을 수 없는 재벌가의 정몽준 의원을 러닝 메이트로 껴안아야 하는 곤궁한 상황에 처했었다.

노동 인권 변호사로 성장한 노 후보가 노동착취의 대명사인 재벌가의 정치인과 협치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졌던 것이다. 물론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정몽준 의원이 대선 전야에 갑자기 노 후보 지지를 철회하면서 희대의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 9일로 예정돼 있다. 저물어가는 2021년의 정치적 국면이 대세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이 국면은 또한 여당의 대권 주자 선택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여당 입장에서 한 표가 아쉬운 위기적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새로운 희망의 기치를 자신있게 내세워도 될만한 안정된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아직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 또한 그 무렵의 시류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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