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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추석 앞둔 동해안 주민들 문어 값에 민감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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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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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 저도어장의 조업장면. 이곳에서는 대문어가 많이 잡힌다. 고성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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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최북단의 저도어장은 문어와 해삼, 게 등의 해산물이 풍부해 ‘황금어장’으로 불린다.

강원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 어로한계선 이북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10㎏ 이상의 대문어가 많이 잡힌다.

대문어는 방어와 함께 고성군의 품종별 어획고 1~2위를 주고받는 대표 어종이다.

저도어장에서 잡히는 대문어의 경우 쫄깃한 식감이 뛰어나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최근 가격이 껑충 뛰어 3~4㎏ 짜리 문어를 사기도 버거워졌다. 대문어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몸’이 된 것이다.

강릉 중앙시장과 주문진 수산시장 등에선 지난해 9월 1㎏에 3만~4만원 선이던 문어 값이 최근 6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주부 박영순씨(54·강릉시)는 “보통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4㎏짜리 문어를 구입했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걱정”이라며 “제수용품 준비에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많아 큰 것을 사면 좋지만 워낙 비싸 10㎏ 이상 대문어를 구입하는 것은 꿈도 못꾸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방산 문어 값이 워낙 높게 형성되다 보니 어쩔수 없이 수입이나 냉동문어를 구입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연숙씨(61·동해시)는 “형편에 맞게 작은 문어라도 구매해 구색을 갖추려고 한다”며 “앞으로는 명절 2~3개월 전에 미리 문어를 구입해 냉동 보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원 동해안 지역 주민들이 명절 무렵 문어 값에 민감한 것은 옛부터 이어져온 관습 때문이다.

문어는 강릉, 동해, 삼척 등 영동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제사음식 중 하나다. 차례상이나 잔칫상에 문어가 없으면 ‘정성이 부족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북 내륙 지역 주민들이 제사상에 ‘돔베기’라고 부르는 삭힌 상어고기를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원 동해안 주민들은 문어를 고집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해안 지역에선 추석과 설날 등 명절 때만 되면 평소보다 문어 수요가 급증한다.

명절을 앞두고 문어 가격이 크게 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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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고성군 대진항 일대 전경. 고성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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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어 어획량은 예년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 말까지 강원도 내 문어 어획량은 1187t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어획량(971t)보다 216t이나 많은 것이다.

그러나 7월부터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진 데다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동해안을 할퀴고 지나가 어선들의 최근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문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어민들은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로 활용되는 문어는 다른 수산물에 비해 비교적 빨리 팔려 나간다”며 “2개월 전에 잡힌 물량이 이미 소진된 상태에서 명절을 앞둔 시점에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문어 값이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 탓에 조업 일수가 모자란 데다 추석 대목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껑충 뛰었다는 설명이다.

동해안 지역 주민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장마와 태풍으로 채소·과일뿐 아니라 문어 등 제수품 용품 가격도 크게 올라 차례상 보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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