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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그 많은 마스크는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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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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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양환경보호단체 아르고나우타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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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펭귄 사체가 지난 9일(현지시간) 브라질 주케이 해변에서 발견됐다. 브라질 해양환경보호단체 아르고나우타 연구소가 부검한 결과 펭귄의 직접적인 사인은 뱃속에서 나온 성인 마스크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먹이가 없어 영양실조에 걸려있던 펭귄이 바닥에 떨어진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해 삼킨 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연구소는 보고 있다. 펭귄이 사체로 발견된 이틀 전인 7일은 브라질의 독립기념일로 많은 시민들이 해변에 나와 휴일을 즐겼다.

지난 7월 영국에서는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한 어린 갈매기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어린 갈매기는 일회용 마스크의 귀걸이 부분이 양발에 칭칭 감긴 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마스크 귀걸이에 묶인 갈매기의 발은 빨갛게 부어 오른 상태였다. 갈매기는 야생동물병원으로 이송돼 7일간의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마스크 귀걸이 자르기’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마스크가 동물을 해치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폐기하자는 운동이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마스크가 동물과 환경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야생동물이 먹이로 착각해 먹거나 바다로 흘러가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아직은 마스크 접촉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마스크 쓰레기가 부메랑이 돼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마스크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땅에 묻히면 수백 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는다.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면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이를 물고기나 해양동물이 먹으면 먹이사슬에 의해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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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세이브제주바다 활동가들이 수거한 마스크 쓰레기. 제주도 관광지에서는 여름 휴가객이 다녀간 후 마스크 쓰레기가 대거 발견되고 있다. 세이브제주바다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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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마스크는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소각해야 한다. 마스크를 잘 쓰는 것 못지 않게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스크를 버릴 때는 오염된 마스크 표면이 손에 닿지 않게 끈을 잡고 벗은 뒤 펼쳐지지 않게 반으로 잘 접어야 한다. 이어 귀걸이 끈을 가위로 자르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깊숙이 넣어 버린 후 반드시 손을 소독해야 한다.

보건·의학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마스크 표면에서 최대 일주일 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땅에 버려진 마스크를 수거하는 과정이나, 호기심에 마스크를 건드린 어린이와 반려동물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방역당국도 마스크를 제대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해 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착용했던 마스크가 함부로 버려지고 있어 또 다른 감염원이 될 위험이 있다”며 “착용했던 마스크는 오염물질이 손에 묻지 않도록 묶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마스크 표면에는 많은 오염물질이 묻어 있다”며 “(마스크를) 만지고 내리면 바이러스나 오염물질이 손에 묻어 있다가 얼굴을 만질 때 눈·코·입으로 들어갈 수 있어 벗을 때도 귀에 거는 끈을 만져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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