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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 미중 갈등 속 실리 찾나… 경제·기술 분야서 한발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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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와 국방엔 맞대응 경제 기술 공세엔 수위 조절

세계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대응 수위가 외교·국방과 기술·경제 분야에 있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외교와 국방 분야보다 기술과 경제 분야는 미국 등과의 격차가 극명하고,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다 보니 수위 조절에 나선 형국이다.

◆외교, 국방에 있어선 미국에 맞대응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와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뉴욕의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스파이 활동의 주요 허브로 사용되고 있고, 더 많은 요원이 체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폼페이오는 “그들은 정상적인 외교에서 선을 넘어 스파이가 하는 일과 더 유사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포스트는 시카고의 중국 영사관이 지난 2월 미국 상원의원에게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옹호하는 내용의 결의안 통과를 요청한 바 있고, 미 국무부가 지난 7월 24개 이상 도시의 중국 영사관이 학생으로 위장한 공산당원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주장에 외교적 갈등을 확대하는 발언으로 미국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즈는 중국은 미국이 중국 외교관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하면 동일한 규모의 상호 조치를 취할 것이고, 뉴욕의 중국영사관 운영을 방해하면, 동등한 지위를 가진 중국내 미국 영사관도 같은 운명에 직면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다른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경우, 중국내 다른 영사관(홍콩 포함)도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 정보 기관은 해외에서 살인, 파괴 활동을 저질렀고, 미국은 특히나 악명이 높다며 미국 정부의 과거 스파이 활동을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 대사관과 영사관이 공공 자원 및 법적 교류를 통해 해당 국가의 정보를 얻는 것은 정상으로, 중국 외교관들이 악의적인 정보 수집에 관여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의 군사적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대만 언론은 중국군이 지난 16일부터 12일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가 48대라고 보도했다. 빈과일보 등은 Y-8 대잠초계기 1대가 대만 서남부 ADIZ에 진입해 훈련을 진행했고 긴급 대응에 나선 대만군의 경고 방송에도 대잠초계기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훈련 임무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군 KJ-500 조기경보기가 전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드는 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 군용기들이 최근 잇따라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자 미군 정찰기 역시 지난 27일 중국 영해기선에서 88㎞ 떨어진 해역까지 접근하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세계일보

◆경제 분야 장기전 대비 한 발 물러선 중국

미국은 화웨이에 공급되는 글로벌 반도체를 차단하는 고강도 조치를 내놓은 이후 중국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도 제재에 나섰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전국은 최근 미국 반도체 회에서 서한을 보내 SMIC에 제품을 공급할 때 최종적으로 중국의 군사 목적에 활용될 위험이 있다면서 SMIC에 제품을 공급하기 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 계획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SMIC는 업계 4위 수준으로 세계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나 삼성전자와의 기술력 격차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는 아직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한 곳이 없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반도체 부품 생산을 맡겼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필요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수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기술 자립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기술 대장정’에 나서야한다면 당분간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버텨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블랙리스트’ 기업을 지정해 대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기업 공개 조치를 선뜻 못하고 있다. 화웨이의 경쟁자로 꼽히는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 등이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발표나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중국판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최종 검토 중이지만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블랙리스트 공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담당하는 류허(劉鶴) 부총리는 블랙리스트 공개를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자고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블랙리스트 공개시 미국이 더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유럽 등 다른 국가의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외국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경우 코로나19로 침체된 중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의 제재 속 반도체 및 기타 첨단 장비의 해외 기술 이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집권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타격은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새로운 ‘기술 대장정(大長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평에서 “IT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토대 위에 세워졌고, 미국은 이를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서구 주요 기업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첨단 기업에 대한 핵심 기술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며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모든 연구 개발과 생산 사슬을 통제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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